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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05. 2023

우아한 새우의 자태

쉬림프 카나페 (shrimp Canape)

'백조의 호수'는 1877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된 러시아 제국의 작곡자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 중 맨 처음 작곡된 작품이다. 백조의 모습으로 마법에 걸린 여인 오데트 공주가 지그프리트 왕자와 만나 달빛아래 호숫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우아한 날갯짓의 자태처럼 4마리의 새우는 환골탈피하고 꼬리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빨갛고 하얀 알록달록한 속살을 그대로 드려낸 채 몸을 뒤틀어 몸 중심에 원형 공간을 마련한다.


원형 공간은 온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푸른빛과 빨간 상징물을 품는다. 새우는 대서양을 떠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어느 외딴섬을 차지하고 있다. 그 섬은 흰색과 노란색 모래로 온통 둘러싸인 외로운 섬이다.  모래 밑은 폭신폭신한 연갈색 땅이 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4마리의 새우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새우 카나페'는 캠핑요리로 내가 즐겨 먹는 요리이다. 오 년 전쯤 백패킹을 시작하고 가이드한 후배가 알려준 캠핑요리 중에 '새우 감바스'는 조리하기도 쉽고 만들어 놓으면 비주얼도 괜찮은 요리이다. 그렇게 시작한 새우 감바스는 차츰 마늘빵을 추가해서 새우을 올려 먹다가 참크래커로 대체되기도 하고 느끼하다 보니 오이도 썰고 케첩도 추가했다. 그러다 보니 '새우 감바스'는 어는새 '새우 카나페'가 되어 버렸다.


어찌 되었던 초창기 '새우 감바스'는 냉동 새우를 사다가 캠핑장에서 뜯어 해동시키고 바로 기름에 투척했다면, 이제는 집에서 해동하고 소금과 후춧가루, 청주로 밑간을 해서 가져간다. 요리를 배우고 나서 변화된 엄청난 발전이다.  마늘도 통마늘이나 마트에서 저민 마늘을 사가다가 이제는 집에서 하나씩 편 썰어서 가져간다. 한식조리사 시험준비하면서 매일같이 편 썰고, 채 썰고 , 다지고 했던 것이 자연스러워진 결과이다.




양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다른 새우요리들은 내장제거와 껍질을 모두 벗기고 조리를 시작한다. 하지만 쉬림프 카나페는 '조리요구사항'에 '미르포아(mirepoix)를 넣고 삶아서 껍질을 제거하시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미르포아는 해산물을 '당근, 셀러지, 양파' 와 함께 삶아 비린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좋게 만든다.


요구사항에 따라 새우 내장을 제거하고 채소를 썰어 레몬 조각과 함께 삶아서 새우에 향이 베어나도록 하고 삶은 새우는 식히고 레몬즙, 소금, 흰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달걀은 15분 정도 완숙으로 삶고 중앙에 노른자가 위치할 수 있도록 달걀표면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면 나무주걱으로 조심스럽게 회오리를 만들어 달걀을 회전시킨다.


달걀이 삶아지면 찬물에 헹궈 껍데기를 벗기고 조심스럽게 4개의 원형으로 자른다. 식빵은 4 등분해서 원형으로 다듬고 기름기 없는 팬에 올려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구워낸 빵 위쪽에 버터를 바르고 달걀, 새우를 올리고 케첩과 파슬리도 올려주고 완성접시에 올린다. 이제 새우는 춤출 준비가 끝난다.


[사진] (좌) 1차 실습(6/28)  (우) 2차 실습(7/4)

* 유투브 (백조의 호수 요약하기)

https://youtu.be/V_8iqbRb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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