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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22. 2023

딸랑 조개 두 개

대합 맑은 국(하마구리 스이모노)

한국인의 '국' 사랑은 유별나다. 아버지는 집에서 식사를 하실 때 항상 '국'과 함께 밥을 잡수셨다. 물론 나도 오랫동안 '국' 없이는 밥을 먹는 일이 없었다. 물론 결혼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결혼초기에는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서 집에서 식사를 하면 항상 '국'이 식탁에 올라왔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 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국' 없이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고 항상 '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식품회사의 '국' 제품들이 워낙 맛도 있고 다양한 덕분에 그런 제품들을 사서 냄비에 끓여내기만 하면 한두 끼는 나름 식탁이 풍성해진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저녁식사 즈음에 동네에서 뛰어놀다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어머니의 고성을 듣고, 대문을 들어서면서 맡았던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떠먹을 수 있는 국물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집에서야 주방의 주인이 계시니 차려주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야외 캠핑을 가면 반드시 국물 있는 '국' 거리를 챙겨간다. 주로 '어묵탕' 과 '순댓국'이 단골 메뉴다.  어묵탕은 마트에서 어묵탕용 어묵과 소스가 들어있는 밀키트에 별도로 풍미를 높이기 위해 무을 사각으로 얇게 썰어가기도 하고 대파와 청양고추를 썰고 표고버섯과 손실된 새우도 챙겨간다.


순댓국은 식당에서 포장을 해가서 뎁혀 먹는다. 뜨뜻한 국물은 언제나 속을 든든하게 해 주고 몸을 편안하게 해 준다. 어묵탕은 건더기를 건져먹은 후에 국물을 자작하게 하고 달걀을 풀고 햇반 밥을 넣고 볶고 그 위에 김가루를 뿌려주면 근사한 볶음밥이 된다. 순댓국인 경우에는 건더기는 건져서 새우젓에 찍어 소주안주로 하고 국물은 밥을 말아 시큼하게 잘 익은 깍두기와 함께 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한 끼가 된다.




한식의 국과 찌개에는 보통 멸치육수나 사골육수를 사용하고 재료로 들어가는 품목들이 최소한 대여섯 가지는 된다. 하지만 일식에서 만난 '대합 맑은 국'에는 이름에서도 나와 있듯이 맑은 국물을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재료가 최소한이다. 국물을 내기 위해 다시마와 조개 그리고 양념 몇 가지뿐이다.


거기다가 향과 모양을 위해 레몬껍질을 오리발 모양으로 성형한 것과 쑥갓을 고명으로 올리면 끝이다. 과연 조개만으로도 국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레시피를 보는 순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았다. 일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19가지 요리에는 대부분 공통적으로 다시마물이나 가츠오다시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합 맑은 국'을 조리할 때는 깨끗이 씻은 대합 2개와 다시마를 같이 넣고 끓이고 기포가 형성되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대합 입이 벌어질 때까지 끓여낸다. 대합국물을 젖은 면포에 거른 후 국간장, 소금, 청주로 맛을 내면 끝이다. 초간단 조리과정임에도 조개와 다시마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으로 인해 국이 스스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국이다!!!"

"나도 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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