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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29. 2023

생일 미역국은 누굴 위한 것인가

들깨 소고기 미역국

"군대도 안 다녀온 여자가 뭘 알겠어~"

남편이 아내에게 얘기하면 곧바로 아내는 남편에게 쏘아붙이면서 말한다.

"애도 안 낳아본 남자가 뭘 알겠어~"  

이 말 한마디에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은 말타툼 중에 꼬리를 내린다.


"애도 안 낳아본 남자가 뭘 알겠어~"  


맞는 말이다. 어떻게 남자가 산모의 고통을 알겠냐. 하지만 전 세계 어떤 산모이던지 출산 후에는 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몸을 잘 추슬러야 한다는 것은 안다. 물론 미국에 잠시 체류중일 때 내가 본 미국산모들은 애를 낳고 바로 다음날 찬물에 샤워를 하고 식사도 소시지, 감자튀김, 와플, 햄버거를 먹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내가 본 모든 미국여자들은 '원더우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애를 두 번 낳아본, 아니 두 번 낳은걸 옆에서 본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국내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출산 후에는 산모의 몸조리를 위해서 산후조리원이나 친정에서 마음도 몸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국내 출산문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모의 몸보신을 위한 먹거리는 흑염소즙, 잉어탕에서부터 전복, 장어등이 인기이지만 그래도 제일 많이 먹는 보양식은 바로 소고기 미역국이다.  




국내에서는 언제부터 산모들이 출산을 하고 미역으로 몸을 추슬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저 온 것임에는 틀림없다. 동의보감에서는 미역을 '해채(海菜)'라고 부르고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어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목에 덩어리를 없앤다'라고 되어 있다. 미역은 칼로리가 낮고,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그리고 섬유질이 풍부하여 비만이나 고혈압, 각종 성인병에도 널리 사용되는 식품이다.


어찌 되었던 대한민국 모든 산모는 아이를 출산하고 미역국을 먹는다. 그리고 매년 아이 생일이 되면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먹는다. 그러다가 아이가 크면 어느 순간부터 '미역국'은 엄마가 아닌 아이가 먹는 음식이 된다. 생일날에 주위 친구들이 "미역국은 먹었냐?"라고 물어온다. '애는 엄마가 낳았는데 왜 애가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래서 올해 내 생일에는 엄마를 위해서 생전처음 미역국을 끓였다. 요리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내 생일에는 엄마를 위해서
생전처음 미역국을 끓였다.




소고기(70g)는 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물에 헹궈둔다. 미역(120g)은 불에 한 시간 정도 불려서 물기를 짠 후에 먹기 좋게 자른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미역을 센 불에서 1~2분 정도 겉이 하얗게 될 때까지 볶다가 소고기를 넣고 다시 볶는다.


국간장(1큰술), 미림(1큰술), 들깻가루(1큰술)을 넣고 볶다가 물(3컵)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국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바꾸고 15~20분 정도 끓인다. 이때 소고기에서 나오는 불순물 거품을 계속 걷어내야 맛이 깔끔해진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한 후에 그릇에 담아내면 끝이다.


한식의 대부분의 요리에는 파, 마늘이 들어가나 미역에는 파, 마늘을 넣으면 상극임으로 절대로 넣으면 안 된다.  (*1인분 기준임으로 2인분을 만들고자 하면 위의 재료량에 2배를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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