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내 이름은 안진진(모순)

독서토론 리뷰 (양귀자_모순)

by 소채

내 이름은 안진진이다. 25살의 꽃다운 나이다. 원래는 외자 이름 '진(眞)'이었지만 갑자기 동사무소에서 아버지 마음이 바뀌어서 '진진'이 되었다. 참하고 또 참하게 살라는 뜻이었지만 아쉽게도 성이 '안'이다 보니 부정의 뜻으로 진실로 참하지 않은 삶, 즉 뒤죽박죽 인생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술꾼, 건달, 성격파탄자로서 엄마를 못살게 만드는 천하에 쓰레기 인생을 살았고 가출을 밥먹듯이 하다가 결국 몇 년간의 가출뒤에 치매와 중풍의 몸을 이끌고 집으로 귀환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하는 최민수배우에 빠져서 현실과 몽상의 중간즈음에 살고 있는 백수건달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조폭두목을 흉내 내다가 결국 살인미수로 감방에서 복역 중이다. 집안의 두 남자로 인해 엄마의 인생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집안사정은 콩가루 상황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를 좋아해 주는 남자 친구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뛰어난 외모와 순박한 감성 덕분에 양다리를 걸칠 수 있었다. 반듯한 직장에 숨 막히기는 하지만 사전에 나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는 '나영규'와 가진 건 쥐뿔 없지만 로맨티시스트인 사진작가 '김장우'가 그들이고 나는 둘 중에 하나를 빨리 선택해서 지긋지긋한 이 집안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내 마음은 안정(나영규)보다는 사랑(감장우)쪽으로 기울었으나 엄마의 쌍둥이 동생인 이모의 죽음으로 인해서 결국 안정(나영규)을 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모는 평생 안정적인 이모부와 행복하게 살다가 우울증에 걸려 갑자기 자살을 했는데 그걸 보고도 나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지리 궁상처럼 살고 있는 엄마의 삶보다는 내게 없었던 이모의 안정적인 삶을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책거리 밴드에서 올해 하반기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선정작품은 밴드내에서 10월에 함께 읽고 있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 이다. 책은 이미 몇달전부터 공지되고 참여자중에 한 회원의 자발적인 지원 덕분에 사전에 알찬 '논제'도 작성되어 공유되었다. 독서토론의 진행도 논제를 작성한 회원이 직접 리딩함으로서 원활하고 심도있게 진행되었다.


토론자들의 뜨거운 열기 너머에는 청명한 가을하늘과 함께 관악산 자락에 단풍이 울그락불그락 보이고 따스한 가을 햇살은 창살에 부딪친다. 창문너머 세상은 건강한 신체가 가을을 만끽하지만 창문 안 세상은 활발한 지적교류를 통해 뇌의 활동을 활성화 시킨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상황들에 대한 회원들이 서로 다른 느낌를 통해 토론이 시작된다.


같은 인물, 같은 상황이지만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다. 이것이 바로 독서토론의 묘미이자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포용력이 늘어가는 순간들이다. 나의 부족한 문해력으로 인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또 다른 회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충분히 채워지고 나의 생각과 느낌은 다시 다른 회원들에게 채워진다.


사당역 근처에 토론을 위해 두 시간 정도 예상하고 빌린 스터디룸이 제한시간을 초과해서 사전에 준비한 논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끝날라고 생각한 것이 나의 실수였다. 결국 1차 토론을 중단하고 나머지 토론은 저녁식사 후에 카페에서 마무리했다. 10월 마지막주, 토요일 밤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준 참여자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카페를 나서는 길에 환한 시월의 보름달이 우리 모두를 향해 활짝 웃는다.

카페를 나서는 길에 환한 시월의 보름달이
우리 모두를 향해 활짝 웃는다.


* 논제 요약

(1) 별점과 소감을 나줘주세요.

(2) 인상 깊은 부분을 나눠주세요.

(3) 아버지 태도에 대한 여러분을 생각은 무엇인가요?

(4) 여러분이라면 두 남자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5) 여러분은 이모의 입장을 어떻게 보셨나요?

(6) 김장우의 손을 놓아버리고 나영규와 결혼하는 장면을 어떻게 보셨나요?

(7) 등장인물중에 어느 인물에 가장 공감하시나요?



[사진] 사당역 스터디룸 모임(Moim), 논제 & 책
[사진] 독토를 마치고 사당역에서 찍은 달사진 (by '오늘은 어땠어'님)


* 유투브 : 소설 속에 자주 언급되는 노래 <이현우, 헤어진 다음날>

https://youtu.be/DmXe-w56mAo?si=H0MwjO8i4rDdfr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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