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퐁당하기

08. 전처리(초등학교 급식실에서)

by 소채

"아니, 아니죠. 모든 야채는 최소 3번은 씻어야 해요." 표고버섯 씻기를 마무리하다가 조리장의 지적에 몸이 움찔했다. 표고버섯은 최애 식자재이다 보니 집에서도 자주 먹는다. 먹을 때 마다 버섯 위쪽과 안쪽 모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기 때문에 급식실에서도 마찬가지로 흐르는 물에 버섯을 한번 씻어 뜰채로 건지려는 찰라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조리장의 안테나에 걸린 것이다.


"아니, 아니죠.
모든 야채는 최소 3번은 씻어야 해요."


옆 씽크대에도 흐르는 물을 담고 건져낸 표고버섯을 다시 물속에 퐁당 집어넣어 마구마구 흔들어 댄다. 두번 헹군 표고버섯은 마지막으로 아까 건져낸 씽크대에 흐르는 물로 다시 채우고 그곳에 마지막 세번째 다이빙을 시킨다. 기어이 세번 퐁당하기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옮겨진다.




전처리 담당은 야채를 손질하는 작업을 말한다. 새벽에 배송된 식재료들은 각자 자기의 위치에 자리잡는다. 냉동이 필요한 식재료(냉동만두, 냉동 돈까스등)는 냉동실로 들어가고 냉장이 필요한 식재료(김치, 두부, 콩나물등)는 냉장고로 들어간다. 그런후에 나머지 야채와 식자재들은 모두 전처리 구역으로 모인다.


시금치나 아욱은 커다란 이단카에 실리고 양이 비교적 적은 당근, 무우, 양파는 원카에 실린다. 그리고 과일(귤, 바나나, 사과, 배)은 대부분 커다란 사각통에 하나가득 부어져 있다. 업무가 시작되면 제일먼저 당근과 무우 껍질을 필러로 벗겨낸다. 깐마늘, 깐생강 등은 별도로 야채 소독물에 담궈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세척하고 나머지 야채들은 흐르는 물에 3번 씻기를 한다.


야채손실이 끝나면 조리실 각 담당들이 보내온 조리도구들을 세척한다. 유일하게 오전에 세척 앞치마를 갈아입고 세척에 매달리는 담당이 바로 전처리 담당이다. 김치를 썰고난 도마, 칼, 대야 부터 시작해서 튀김할때 사용한 밀가루 떡진 대야, 원카등이 밀려오는대로 수세미로 문지르고 물뿌리고 헹궈서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오전 작업이 끝난다.




이번주 오후 담당은 '덤웨이더(dumb waiter, 음식이동용 승강기)'이다. 오전에 건물의 각 층에 배송된 급식은 층마다 3개의 캐리어에 실린다. 첫번째는 식판세트, 두번째는 반찬류 세트, 마지막은 국통이다. 각층마다 13개의 반이 있으니 캐리어 마다 하나가득 실린다.


그렇게 오전에 모든 식기류가 배송되었다가 오후에 조리실로 회송된다. 4층, 3층, 2층, 각 층의 캐리어는 3개씩, 총 9개의 캐리어가 덤웨이더를 통해 급식실로 내려온다. 내려온 캐리어를 차례차레 각 담당구역으로 끌고가서 세척해야 할 집기들을 내려주면 된다. 며칠동안 이일을 하고 있자니, 어느순간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어미새가 떠오른다.


마치 식기류를 배송하는 모습이 짹짹거리는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전해주는 어미새 느낌이다. 이시간 만큼은 내가 한마리의 알바트로스가 되어 급식실을 훨훨 날아다닌다. 각각의 담당구역에 배송을 마친 캐리어들은 덤웨이더 보조에게 인계되어 마무리 세척후에 제자리를 찾아 놓여지면서 나의 하루는 끝난다.


짹짹거리는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전해주는 어미새 느낌이다.
[시진] 오전에 각 층에 배송 대기중인 캐리어(뒤쪽에 보이이는 엘리베이터가 덤웨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