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국물 맛집 01화

이런, 된장

건새우 근대 된장국 (명동밥집)

by 소채

이런, 젠장! 된장국이 타버렸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실수를 했다. 한 번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된장을 포장용기에서 떼어내 대형 국솥에 바로 풍덩하다 보니 덩어리가 그대로 바닥에 눌어붙었다. 두 번째는 선배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양동이에 된장을 넣고 물에 개어서 국솥에 부었지만 끓이는 동안 충분히 젓지 않은 탓에 또다시 바닥에 눌어붙어 국에서 탄내가 났다.


이런, 젠장!
된장국이 타버렸다.


두 번의 실수는 된장국에 대해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런 일이 있고 다시 마주친 건 '건새우 근대 된장국'이다. 메뉴를 본 순간부터 온몸에 긴장감이 돈다. 아침 일찍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정신을 집중한다. 집에서야 별생각 없이 끓여 먹던 된장국이었지만 하루 천명 정도가 먹는 국을 끓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양쪽 어깨에 무게감을 더한다.




된장국에 흔하게 들어가는 고기, 두부, 버섯등이 모두 빠졌다. 오늘의 주인공은 건새우와 '근대'이다. '근대'는 평소에도 항상 헷갈리던 풀떼기 중에 하다이다. 배추, 우거지, 시래기, 얼갈이, 시금치, 근대가 국에 들어가면 구분도 안될 뿐만 아니라 식감이나 맛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국에 근대를 넣기 전에 우선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서 생야채의 맛을 기억해 본다. 약간 쌉싸름하다.


약간 쌉싸름하다.


'근대'는 주로 근대 된장국, 근대 된장 무침 등 우리나라 향토 음식의 주재료로 사용되어 왔고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성장기 아이의 발육과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인 채소라고 한다. 외형상으로는 배추보다는 시금치에 가깝고 청근대, 적근대 두 종류가 있으며 줄기는 억세어서 주로 잎을 사용한다.




아침 일찍 국을 끓이기 위해 식재료를 주방에서 야외천막식당으로 옮긴다. 국에 들어갈 야채는 모두 8봉지이다. 미리 삶아놓은 근대 3봉과 생근대 3봉, 그리고 대파 1봉, 양파 1봉을 화구 근처 테이블에 올려놓고 된장, 육수가루, 마늘은 양동이 근처에 자리 잡는다. 나머지 양념류는 화구 옆 테이블에 두고 조리를 시작한다.


된장이 들어간 국을 끓일 때는 된장, 쌈장, 미소된장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데 오늘 된장국은 된장(3kg x 1 통반), 쌈장(3kgx1통)을 양동이에 넣고 물에 갠다. 여기에 해물육수가루(500g)와 다진 마늘(1kgx2봉)도 넣고 속으로 '안 타야 할 텐데, 안 타야 할 텐데'를 중얼거리면서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물이 어느 정도 끓으면 양념장을 넣으면서 긴 국자로 틈틈이 저어준다. 근대를 넣고 나서도 저어준다. 양파를 넣고 나서도, 대파를 넣고 나서도 저어준다. 청양고추와 간을 맞추고 나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어준다. 마지막까지 국자 끝이 국통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스쳐 지나가는 걸로 봐서는 오늘 된장국은 무사하다. 다행이다!


오늘 된장국은
무사하다.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