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부대찌개(명동밥집)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이시나요?"
아침 일찍 출근한 봉사자가 명동밥집 센타장인 신부님께 여쭤본다.
"아미수프입니다."
낯선 단어에 '그게 뭐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 피식 웃음을 짓는다.
"아미수프입니다."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미군부대에서 몰래 빼낸 핫도그나 햄을 이용해서 '부대'라는 명칭이 붙었으니 '아미수프(army soup)'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부대찌개를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Budaejjigae' 가 맞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Army soup'가 더 발음하기도 쉽고 머릿속에 '착!' 하고 달라붙는다.
개인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부대찌개 일번지는 역시 '의정부 부대찌개'이다. 휴전선 인접 지역인 의정부시는 예전에 미군 육군 군사 기지가 많이 들어서 있던 곳이었기에 부대찌개로 유명하다. 본가가 상계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지 않은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있는 '오뎅집'을 방문해서 의정부식 부대찌개에 길들여졌다.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맑은 육수를 사용하고 소시지와 햄을 적당히 넣어 김치 맛과 잘 어우러져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의정부 부대찌개와 쌍벽을 이루는 평택 송탄부대찌개는 미국 공군 군사기지가 많이 들어서 있는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의정부식에 비해 소시지와 햄을 훨씬 많이 넣고 치즈를 첨가하여 맛이 진하다. 여기에 한 부류를 덧붙이자면 이태원 '바다식당'의 '존슨탕'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존슨의 방한(1966년)에서 유래된 존슨탕은 사골로 국물을 내고 라면과 김치가 들어가지 않는 등 부대찌개와 구별된다.
양동이에 육수가루(1kg), 사골육수농축액(1kg), 간 마늘(2kg) 그리고 쌈장 1통(3kg)을 물에 개어 3개의 국통에 나누어 넣고 베이키드 빈(16kg)도 국자로 소분한다. 부대찌개에 김치가 많이 들어가면 혹시라도 김치찌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김치와 표고버섯을 넣는다.
아침에 조리실에서 3등분으로 소분한 햄소시지 세트(30kg), 잘게 자른 베이컨(2kg) 그리고 콩나물(16kg)이 야외천막 식당으로 옮겨지고, 바로 국통으로 직행한다. 여기에 양파, 대파 그리고 다진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넣고 살짝 간을 본다.
사골육수 농축액과 햄소시지 때문인지 간장, 소금을 넣기 전인데도 염도계가 벌써 0.70% 을 가리킨다. 마지막 간은 소금만으로 0.75% 정도 되게 마무리한다. 만들고 나니 독특한 부대찌개가 되었다. 3가지 범주를 넘나들고 있는 식재료들은 새로운 콜라보를 만든다. 아무래도 이건 '명동식 부대찌개'라고 명명해야 할 듯하다.
'명동식 부대찌개'라고
명명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