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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8. 2022

나는 치킨이 싫어요

채식주의

퇴근길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양손에 봉지를 든 청년이 휙 하고 지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실루엣인데 어둡고 모자에 마스크까지 써서 누군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차를 주차하고 1층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치킨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내와 아들이 식탁에 봉지를 펼쳐놓고 치킨을 막 시식하려고 하였다. 옷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가기 전에 식탁에 놓여있던 치킨과 함께 온기가 남아있는 감자튀김 한 개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맛있다.


치킨을 본 순간 머릿속에는 냉장고에 있는 가락국수 사리가 생각이 났다. 지난번 캠핑 때 어묵탕에 넣어 먹으려고 마트에서 구입한 것이다. 냄비에 물을 담아 끓였다. 팔팔 끓을 때 진공포장된 가락국수 포장지를 뜯어 국수를 넣고 면이 풀어질 때까지 익히고 채에 걸러 찬물로 식혔다. 냉장고에서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을 꺼내서 표고버섯은 씻어서 끓는 물에 넣고 소금도 한 꼬지 넣었다. 양송이는 물에 씻어서 키친타월로 얇은 껍데기를 벗겨내고 꽁다리를 떼어 네고 슬라이스로 잘랐다.


소스는 간장소스로 '간설파마 후깨참'을 되새기며 만들어냈다. 간장 2스푼, 설탕 1스푼, 파 와 마늘은 다지고, 참깨와 참기름을 잘 섞어서 프라이팬에 녹여냈다.

채에 걸러두었던 가락국수 면을 넣고 표고버섯도 먹기 좋게 잘라서 함께 프라이팬에서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흔들어 댔다. 짭조름한 볶음 국수가 완성되었다. 약간 매운맛이 필요할 거 같아서 레시피에는 없었지만 고추기름을 살짝 둘러 주었다. 접시는 부엌에서 제일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 했다. 치킨을 다 먹은 아들이 부족하다며 덤벼들었다. 나도 부족하지만 나눠먹었다. 아들은 육식주의자, 나는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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