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만일 당신이 40년 동안 노력을 기울인 일이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포기 할 것인가. 26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나 거의 40년 동안 시골의 초등학교 선생이자 시골 시인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정년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68세의 나이에 '풀꽃'이라는 시는 그를 세상에 내어 놓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2013. 종려나무). 초등학교 선생 시절 미술시간에 들꽃을 대충대충 그리는 아이들에게 하던 잔소리가 '시'의 언어로 정화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책 읽기 독서모임, 회원 소개로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 서점'을 알게 되었다. 대형 서점은 아니지만 책 진열 방식이나 저자의 북토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애서 꽤나 유명한 곳이어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마침 5월의 마지막 주에 고희정 작가의 <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2022. EBS Books> 와 함께 시인 나태주의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고희정 작가는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딩동댕 유치원>, <뽀뽀뽀> 등의 프로그램을 쓴 나름 방송계에서는 알아주는 작가이며 나태주 시인은 최근 tvN 채널 개그맨 유재석의 '유퀴즈'에 출연하여 셀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명 시인이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승용차를 집에 주차하고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선릉역에서 내렸다. 초행길이다 보니 네이버 지도를 검색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장인 '서점'을 찾아갔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나는 건물 외관과 서점 입구의 인테리어는 왠지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를 지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서점은 건물의 4층에 위치해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나이 지긋한 노년 신사분과 중년의 여성분이 동승을 했다. 나도 모르게 가볍게 인사는 했지만 그들은 오늘의 북토크 주인공인 시인 나태주 와 고희정 방송작가였다. 마치 로또라도 맞은 듯한 얼떨떨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서점 입구에 놓인 <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를 저자 서명을 받을 요량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정작 책을 쓴 저자의 사인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님 유명 시인의 서명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약간은 혼동이 되었다. 동시에 유명 시인의 서명을 받을 거라면 집에서 시인의 시집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되었다. 북토크는 저자인 고희정 작가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방면의 예술가 8인에 대한 '처음' 예술의 시작부터 그들의 삶의 목표와 철학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졌다. 이어서 나태주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태주 시인은 살면서 제일 잘한 것 3가지를 이야기했다. '시를 쓰면서 살아 온 것 / 초등학교 선생을 한 것 / 시골에서 산 것 '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차 없이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평생 주위 사람들에게 '나, 차 태워 주~'라고 말해서 그의 이름이 '나, 태, 주'라고 했다. 지금은 78세의 나이에 활발한 작품 활동과 더불어 방송 출연과 강연 등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다. 80살이 되기 전에 그의 작품 100여권의 책을 전집 형태로 출간하기 위해 마지막 혼을 불태우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 중간중간 시인의 목소리로 읊어주는 그의 시구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의 삶의 철학 중에 내 마음에 가장 박히는 것은 성공에 대한 정의이다. "성공이란,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의 모습을 미래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과연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가,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미래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가. 북토크가 끝나갈 무렵,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현대인들을 위해 지은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시' 한편을 낭독해 주었다. 처음 참여하는 북토크 였지만 오늘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시가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살아내는 용기가 된다"라는 사실과 항상 남을 이롭게 살아가려고 하는 그의 홍익인간 의지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했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만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 주고
보듬어 껴안아 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도 믿고 기대해라
오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했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