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러시아 상사, 독일회사

by 소채

내가 다니는 직장은 독일에서 100프로 투자한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현지 법인이다. 그러다 보니 대표이사와 부사장이 모두 독일인이다. 보통은 3년 정도 근무하다가 독일 본사로 복귀를 하거나 다른 해외 법인으로 발령이 난다. 작년 말에는 독일인 대표이사가 퇴임을 하고 새로운 독일인 대표이사가 부임을 했다. 올해는 부사장이 3년 근무를 마치고 이번 달 말에 독일로 복귀를 한다. 근무 연장을 할 수도 있었지만 최근에 부친상을 치르고 홀로 계신 모친을 가까이서 지내기 위해서 복귀 결정을 했단다. 그런 면에서는 부모 공경 사상이 동양에만 있는 것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인 부사장이 독일로 복귀함에 따라서 후임자 선정을 위해 독일인, 한국인, 기타 글로벌에서 리크루팅을 한 결과 최종적으로 러시아인으로 결정이 되었다. 나는 한 번도 러시아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해보지 못했다.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는 추운 나라이므로 보드카를 잘 마신다는 사실과 이름에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등 ***스키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계속해서 뉴스에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되었던 새로 부임하는 러시아 부사장과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이 되었다.


송별회는 양재동에 있는 '자인 뭉티기' 라는 식당에서 진행되었다. 식당 선정에 있어서 내가 채식을 하는 것을 알고 있던 동료들이 식당 선정에 주저하는 것 같아서 "내 신경 쓰지 말고 잡으라고" 말했다. 결국 고기 식당으로 예약했고 나는 결국 신경이 무지 쓰였다. 1년 동안 유지한 채식 유지가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가. 하는 걱정을 했지만 어찌하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1년 만에 방문한 고깃집에서, 유유히 고기를 피해 야채와 버섯, 국수, 국물 등으로 배를 채우기느라고 애를 썼다.


함께 한 동료들 중에 한 명이 집에서 5년 된 인삼주를 통째로 가져왔다. '남자는 힘, 힘에는 인삼' 아니겠는가. 물론 독일 사람이고 러시아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인삼' 이 자양강장의 대표 음식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 법인에서 수고한 독일 부사장에게는 아쉬움과 감사의 표시로 인삼주를 함께 했고, 새로 부임할 러시아 부사장에게는 새로운 곳으로의 부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남아있을 한국 동료들과도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다 함께 인삼주를 원 샷 했다.


인삼주를 다 마시고는 씨알이 굵어 보이는 인삼을 꺼내 깍두기처럼 잘랐다. 5년 묵은 쓰디쓴 쇠주물이 인삼 깍두기에서 배어 나와 식도를 타고 내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온몸에 기운이 불끈 불끈 솟아 올랐다. 1차를 마무리하고 바로 건너편의 '아이리쉬폅(Irish Pub)'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리시의 대표 맥주는 흑맥주인 '기네스(Guinness)'이다. 7잔의 흑맥주를 시키고 독일 부사장이 좋아하는 '먹태' 를 주문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지만 끝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원 섭섭한 눈치였다. 부디 새로운 일들에 잘 적응하고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좋겠다.


"Good bye my brother, I wish you will be happy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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