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새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오랫동안 나는 소리를 골라 들었다. 유행가나 피아노 선율을 귀에 꽂고 산을 올랐다. 배터리가 바닥을 보이자 에어팟을 뺐다. 그때서야 산이 들렸다.
가느다란 짹짹 소리에 걸음이 절로 멈췄다. 어딘가 튼 둥지 안의 아기 새를 찾아 아름드리나무 위를 올려다보았다. 겨울 오전의 햇빛이 눈 위에 내려앉아, 새소리를 따라 조각조각 부서졌다. 이윽고 어미 새의 화답인 듯 제법 긴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그 소리에 이끌려 걷다 어느새 길을 잃었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자리에 혼자 서자, 비로소 내가 얼마나 소음 속에 기대어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습관처럼 휴대전화 배터리를 확인하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사르륵 스며들었다. 겨울바람이 귀를 스치자, 몸이 먼저 그 리듬을 알아들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큰 바위틈에서 청설모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어 두리번거리다 제 갈 길을 갔다. 바위 구멍 속에 가득 찬 도토리들이 굴러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산은, 길을 잃은 나보다 먼저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유도 잠시였다. 아무리 걸어도 산행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짝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무작정 아래로 향했다. 내려가면 닿을 수 있으리라 — 그 믿음 하나로 걸었다. 한참을 걷자 멀리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안도감이 스치는가 싶었는데, 눈앞에 잡을 나무 한 그루 없는 가파른 경사가 펼쳐졌다. 내려가야 했다. 그러다 그만 균형을 잃었다.
꽈당 — 엉덩방아를 찧고 몸이 쭈욱 미끄러졌다. 다행히 두툼하게 쌓인 마른 낙엽이 속도를 죽여주었다. 나는 아예 엉덩이를 붙이고 두 손을 브레이크 삼아, 나뭇잎 썰매를 타듯 내려갔다. 귀 옆으로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시 올라가 한 번 더 타고 싶었다.
누군가 내어놓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분명 고단한 일이다. 잘못 내려온 곳에서 집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장갑을 벗자 손바닥에 핏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길을 잃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소리들이 있었다. 보지 못했을 빛이, 마주치지 못했을 작은 생명들이 있었다. 산은 늘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듣지 않았을 뿐이다.
집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