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늘어진 그 벽 끝을 따라
자박자박 서두르는 걸음
저녁빛에 허리 구부린 골목길을 따라
너의 하루를 들여보낸다
가파르게 성긴 돌계단 끝,
철제 낡은 파란 대문이
바람 끝에 매달려 삐거덕거릴때
그 문 앞
어린 나를 먼저 발견한 너
사라졌다고 믿었던 시간이
꽃그늘처럼
다시 너의 어깨에 내려
조용히 정지된다
번쩍 들어 올리는 그 품
세상에서 가장 길며
깊고 높고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