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깊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숨소리만으로도 이해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그 질문 앞에 오래 머뭅니다.
글을 쓰다 보면 결국 나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현미경처럼 속을 들추다 보면 타인과의 문제는 언제나 내 안 어딘가에서 꿈틀거립니다.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해된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저, 거기까지입니다.
외로움이라는 주머니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다 쏟아질 때까지 곁에 앉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문득 두려워집니다. 사소한 오해와 서로 다른 일상의 속도, 비교에서 오는 작은 박탈감 같은 것들이 관계를 조금씩 밀어냅니다. 인연이 멀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고, 죽음 앞에서는 더없이 무력해집니다.
지나가는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관계를 잘하는 사람이라 하지만, 나는 자주 실패합니다. 스쳐간 인연에도 상처를 입고, 무감해지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 속으로 숨어듭니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의 마지막 단계가 사자가 어린아이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세 울고 금세 웃으며 과거의 무게를 오래 붙들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저는 자주 생각합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기대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 상처가 날까 두려우면서도 또다시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것. 어쩌면 이 모순에 기대어 살아가는 일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