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노동절 다음날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일하는 친구들도 있고 전업주부인 친구들도 있었다.
천안에 사는 친구 한 명도 있었다.
우리는 내가 한국에 입국하고서 우리 7명 만의 단톡방에서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입국 당시 남편도 같이 있는 상황에 시댁에 머무느라 시간을 맞추고 보니 2주가 훌쩍 지났다. 특히 한 친구는 천안에서 올라오느라 몇몇 시간이 되는 친구들이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이라서 모두 시간들이 가능했다.
나와 한 명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서울역에서 만난 3명은 우리가 있는 광화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우리는 교보문고 정문 앞에서 만났다. 모두 그대로였다. (우리가 느끼기에 ㅎㅎ 이젠 제법
나이들을 먹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나보고 회장님 같다 했다. 나도 모르게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나 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풍채가 있어서 그래 보일 수도
있고. ㅎㅎ
친구들은 가까운 SFC몰 '더 플레이스' 이태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인원이 5명이다 보니 점심시간이고 자리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운 좋게 우리는 금방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리코타 프루타 샐러드, 시칠리아 리모네
갑오징어 파스타, 루꼴라 프로슈토 피자가 3-4인 런치세트로 있어서 스테이크가 들어간 샐러드를 하나 더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SKT T멤버십이 있다며 할인혜택을 받아서 야무지게 경제적으로 먹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광화문을 활보하고 다니다 카페에 들어가 달달한 커피와 케이크를 시켜 먹었다. 이곳도 멤버십이 있는 친구 혜택으로 보통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비싼 거 한 번 먹자며 제각기 취향대로 골라 먹었다. 이름도 길고 복잡해서 메뉴 나열은 잠시 생략하겠다. 다들 안 먹던 달달구리한 커피들을 먹다 보니 반도 다 못 마시고 우리는 먹은 걸 소화시키느라 운동도 할 겸 나왔다.
한 친구가 태국에서 온 나와 천안에서 온 친구에게
청계천과 경복궁 중 어디가 좋겠냐고 물었다. 이미
답정너인 친구는 묻기만 하고 우리 대답은 듣지도 않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내가 족저근막염이 있어서 많이는 못 걷는다고 말했는데도 살도 빼야 하고 혈당관리도 할 겸 이 정도는 걸어야 된다면서 신호등 불이 초록으로 바뀌자 뒤처져 있던 나와 천안 친구에게 뛰라고 손짓을 했다.
"에이, 오늘 꽤 걷겠네..ㅠ"
그래도 애들은 신이 나서 경복궁 입구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한 친구가 폴더식 핸드폰을 바닥에 놓고서 손짓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50대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찍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20대 젊은 커플 중 한 여자분이 "저희가 찍어드릴게요"라고 착하게 말했다.
커플인 남자는 연사로 여러 장을 찍어주었다.
우리들 모두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한 친구가 본인 엄마또래 아줌마들이 사진도 못 찍고 땅바닥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찍으려는 게 안타깝게 보였나 보다 하고 우리끼리 위로도 하고 요새 착한 MZ들도 많다면서 즐거워했다.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한국인들도 엄청 많았다.
한 명이 직장에서 조퇴하고 나온다 해서 우리는 주변 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경복궁역에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함께 있던 친구는 다른 일이 있어서 거기서 헤어지고 저녁에 다시 합류하기로 하였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새로 합류하는 친구는 예전에
삼청동 내 정독 도서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이 동네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친구가 오늘은 삼청동 거리를 돌자고 제안했다.
일단 저녁시간이 되려면 시간 여유가 있어서 국립 민속박물관을 구경 가자고 했다.
그곳은 웬만한 박물관보다 시설도 좋고 볼거리도 많은데 무료입장이 되는 곳이라며 극찬을 했다.
우리는 그 친구를 따라 박물관을 구경했다. 어느 전시실을 가보니 출생부터 죽음까지 마네킹과 다양한
홀로그램으로 인생 일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
되어 있었다. 친구말대로 볼 만했다.
많이 걸어서 좀 피곤은 했지만 다행히 내 발의 통증은 없었다.
또 한 명의 친구가 강남권에 사는데 도서관에 다니는 친구가 저녁을 삼청동에서 먹자하여 강남 친구도
삼청동으로 넘어오기로 했다. 우리는 도서관 친구를
따라 친구가 유명하다는 '편안한 집'이라는 한정식
집으로 갔다. 삼청동 언덕배기에 있는 한정식집이었다. 한참을 걸어서 허기도 지고 지치기도 했을 때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곳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보리굴비 정식' 5인을 주문하여 먹었다.
집밥처럼 맛있고 깔끔했다. 특히 보리굴비를 녹차물에 담가 얹어먹으니 맛이 기가 막혔다.
꼬리꼬리한 냄새가 좀 불쾌했지만 냄새를 버금가는
맛에 친구들은 모두 말없이 음식에 집중했다.
물김치, 흑임자죽, 샐러드, 해물파전, 닭겨자채, 잡채, 보리굴비 식사와 후식으로 한과와 매실차가 나왔다.
음식도 하나하나 맛있었고 정갈했다. 1인당 3만 원
가격에 괜찮은 한정식집이었다.
강남 친구가 오는 거리가 있어서 늦게 도착하여 따로
‘난향정식'을 시켰다. 보리굴비 대신 돼지보쌈과
황태구이, 불고기가 나왔다. 친구가 맛보라며 황태구이 한 조각을 권했다. 깔끔하고 담백하니 오랜만에
한정식다운 음식을 먹는 거 같았다.
강남 친구는 내 근황을 물으며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에
천안 친구와 경복궁 걷기를 추천하던 친구가 슬그머니 선물이라며 친구들 한 명씩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
천안 친구가 준 것은 본인이 직접 쓴 캘리그래피 문구와 책갈피 그리고 종이를 세울 수 있는 받침대였다.
또 한 친구의 선물은 이쁜 장바구니 가방과 입가심 레몬사탕, 치실세트, 비타민 C 가루, 이쁜 봉투 3종이었다.
정성이 고마웠다. 사실 친구들은 작년 10월 내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코끼리 바지를 하나씩 선물했었다.
그것을 기억하고 뭔가 주고 싶어서 오늘도 이렇게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이쁘고 정말 고마웠다.
특히 천안친구는 서울에 올 때마다 본인이 쓴 캘리그래피 작품을 하나씩 선물했고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도
나눠줬었다. 우연히 내가 맛있다는 말을 기억하고서
다른 친구들 것까지 사 와서 나는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말했었다.
역시 41년 우정은 달라도 정말 달랐다.
고마움을 넘어서는 반 가족 같은 찐한 우정이 녹아
있었다.
감사했고 고마웠다.
강남친구의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밤 9시 가까운 시간이라 거의 문을 닫으려는 곳이 많았다.
안국역 근처에 '수달'카페가 다행히 밤 10시까지 운영을 해서 우리는 각자의 취향대로 차나 에이드 등을
시켜 먹었다. 중간에 일하러 갔던 친구가 다시 카페로 합류하여 완전체인 7명이 다 모였다.
저마다 다양한 근황들을 전했다.
그중 한 친구가 폭탄 발표할 것이 있다고 했다.
갑자기? 뭐지?
친구는 9월 말에 딸이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벌써 천안친구 큰딸도 작년에 결혼을 했었다. 이번이 친구 딸 결혼식 2번째다.
친구는 내가 10월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알고 9월 말이니 좀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
일단 나는 알겠다고 했고 남편과는 나중에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축하하면서도 부러웠다. 아직 우리 아들들과 딸은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왠지 모를 조급함이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혼자 생각에 친구들은 부모로서의 과제를 하나씩 마치는 기분이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불안해하지도 말자.
나는 다짐했다.
나이 50대 중반에 이런 일로 흔들리면 인생 헛 산 거지.
다 나름의 속도가 있는 거다.
잘하고 있다. 나 자신도 우리 아이들도.
마음을 다잡았다.
카페 문 닫기 5분 전 영업종료를 알리는 카페직원의
목소리에 우리는 일어났다.
안국역이 근처라서 모두 지하철로 이동하였다.
나만 녹번동이라 대화행 전철을 기다렸고 다른 친구들은 반대편인 오금행 기차를 기다렸다.
잠시뒤 친구들의 기차가 먼저 왔다. 친구들은 나를
먼저 태워 보내고 가려고 하는 걸 나는 괜찮다 하고
친구들과 거기에서 헤어졌다.
조만간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고.
혼자 오는 내내 싱숭생숭하였다.
친구들 만나서 반가웠는데 친구딸 결혼소식에 괜한
조급함이 드는 건 왜일까
다 인생도 제각각의 속도가 있는 거야.
다 잘 될 거야. 잘 된다.
마음을 다지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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