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면 늘 하는 미션!
나는 오늘 파마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적으로 방콕보다 저렴하고
다양하게 서비스를 받는다는 점.
새로운 스타일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길 건너편에 나름 큰 체인 미용실이 있다.
지난번에 커트도 마음에 들었고 남편 커트도 여기서
했을 때 괜찮았었다. 나는 인터넷으로 맘에 드는 헤어 디자이너와 펌 종류를 선택하여 예약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미용실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다소 부담스러운 멘트로 나를 응대하는 미용실 직원들.
환영 인사가 고맙긴 해도 놀이동산에서나 볼법한 틀에
박힌 어투가 조금 불편했다. 그래도 불친절보다는 친절이 나으니 디자이너 이름을 말했고 예약시간을 말했다.
바로 환하게 웃던 젊은 이쁘장한 언니가 말했다.
“ 제 고객님이시네요. 이리로 오세요.
상담 도와드릴게요. “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이패드를 들고 오더니 펌 종류를 설명한다.
나는 이미 미인 열펌으로 예약을 해왔다. 그런데 자꾸 다른 펌도 소개하고 느낌이 옵션을 치려는 거 같다.
맞았다. 사실 4일 전에 새치염색을 해서 펌이 안 나올까 봐 걱정이 되어 내가 먼저 디자이너에게 물어봤다.
“4일 전에 염색했는데 오늘 펌을 해도 괜찮아요?
머리 상하거나 하지 않나요, 펌은 잘 나오는 거죠? “
이미 이런 질문을 하는 고객을 보고 이때다 싶었나
보다. 이번엔 갑자기 패밀리 멤버십 고객, VIP 멤버십 고객을 설명한다. 적립식이라나 모라나 200만 원,
100만 원을 적립하여 사용하는데 20% 이상 할인된단다.
열심히 설명하는데 내가 반응이 없으니 쌤(디자이너를 간단히 ‘쌤=선생님’이라고 칭하겠다.)은 다시 펌종류 얘기로 돌아갔다.
“고객님이 선택하신 펌은 염색머리가 더 건조해질 수도 있고 머리색이 빠질 수도 있어요. 펌약이 알칼리성이라서 머리 큐티클층이 상해서 벗겨져 나갈 수 있는데..”
아주 친절하게 전문용어 섞으면서 설명한다.
내 딸 또래로 보이는데 직함도 실장이고 경험은 있어 보인다. 예전 같으면 전혀 흔들림 없이 원래 내가 선택한 펌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했을 텐데 나도 살짝
머리가 상할까 봐 겁이 났다. 쌤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비용면에서 내가 선택한 것보다 쌤이 권유한 건 7만 원이나 비쌌다. 미인 열펌에서 모발 보톡스 열펌으로
열펌손상을 줄이는 프리미엄 열펌이란다.
나는 망설였다. 그러자 쌤은 샴푸후에 머릿결을 다시 봐준단다. 1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샴푸 후에 머릿결을 보더니 염색이 빠질 수도 있단다.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머리 상하면 어쩌지? 그래, 탈모되는 것보다 낫잖아. 보톡스로 해보지 뭐.
“네, 보톡스 열펌으로 해주세요.”
갑자기 미용실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미리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나오고 VOGUE,
ELLE 등 패션잡지도 내 앞 테이블 위에 갖다 놓는다.
서비스받는 기분은 좋은데 왠지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나도 생활비로 쓰는 건데 내 예산(budget)에서 크게 오버하는 거라 조금 기분이 언짢았다.
물론 내게 투자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싸고 애들 부식비, 내 병원 치료비 등이 만만찮게 들어가서 내 예상 생활비를 훌쩍 넘어서서 내겐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사실 방콕도 미용실비가 많이 올라서 일부러 한국에서 머리를 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되려 비용이 초과되는 결과를 낳았다.
(방콕도 디지털 열펌은 보통 4000바트 지금 환율로
17만원 정도이다. 더 비싼 미용실도 많다.)
남들은 7만 원이 모 그리 큰 금액이라 생각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한 끼 외식비나 맛있는 반찬을 2-3번은 해줄 수 있는 가격이라서 나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나 역시 일도 하고 주부이기도 하니까 내 스스로 용납이 안됐다.
반신반의 쌤의 말을 믿고 보톡스 열펌을 했고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딸 같은 쌤이 열심히 영업하는 게 안쓰럽게도 보여서 오랜만에 내 머리도 호강시킬 겸 스스로
영업을 당했다. ㅎㅎㅎ
서비스가 좋다 보니 중화제 바른 후 머리 헹굴 때 손에 영양을 준다고 장갑도 껴두고 두피보호한다고 샴푸 중에 두피보호제를 발라주니 머릿속이 화하고 시원해서 기분은 좋긴 했다.
샴푸가 끝난 후 다른 스탭이 드라이로 머리를 말려줬다. 컬감을 살리게 손끝으로 머리를 감아올리면서 말렸다. 말리는 중간에 얼굴 가리개를 나보고 들어 달란다.
앞머리가 눈을 찌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머리는
계속 부드럽게 말려가고 있다.
잠시 뒤 멤버가 교체되고 실장쌤이 다시 내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이제 다 됐다고 얼굴 가리개를 치워준다.
짜잔!! 잘 나왔다. 자연스럽게.
처음에 내가 인스타에서 찾은 여자 단발 스타일 사진 중 펌을 한 듯 안 한 듯 따로 드라이 안 해도 한 것 같은 자연스러운 바람머리 스타일.
사진과 비슷하게 잘 나왔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마음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게 씨익 하고 미소 지었다.
쌤은 다 됐다고 하면서 나를 카운터로 안내했다.
처음 입장했을 때 과한 리액션으로 친절을 베푼 언니가
말한다.
“ ooo고객님 맞으시죠? 19만 원입니다 “
나는 카드를 내밀고 사인을 했다.
실장쌤이 내 펌용 가운을 벗겨주고 옷장 열쇠로 내가 입고 온 겉옷을 꺼내어 입혀준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서비스다.
다 끝난 후 집에 돌아왔다.
마침 저녁때 일 나가려던 둘째가 아직 집에 있었다.
“ 엄마, 머리 이쁜데! 잘했다.
이제까지 내가 본 머리 중에 제일 예뻐! “
“ 그래? 정말? ”
아들의 말에 기분이 좀 풀렸다.
전후 상황 설명을 하니 잘했다고 할만하다고 이쁘면
됐다고 위로를 해줬다. 정말 컬이 자연스럽게 이쁘게 잘 나왔다고. 아들 말을 듣기로 했다.
그래. 이쁘면 됐지 뭐.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실장쌤이 머리 말려줄 때
짜잔 하고 맘에 드네요 하고 리액션해줄걸.
괜한 미안함이 들었다.
아들이
“ 다음번에 같은 쌤으로 하고 그땐 엄마가 원래 하던 펌으로 해. 그러면서 머리 맘에 들어 쌤한테 또 왔어요. ”
그렇게 말하라고 멘트까지 알려준다.
그래. 그래야겠다.
머리 이쁘다니 계속 미소가 떠나질 않네.
씨익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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