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친구는 참 좋다 1

by sommeil


4월의 끝자락 29일 고등학교 친구 2명을 만났다.

고1 때 같은 반인 친구들이다. 내가 결혼과 함께

태국으로 가면서 내 웨딩촬영도 도와준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벌써 햇수로 39년 지기다.


항상 내가 한국에 오면 맛있는 맛집부터 찾아주고 한식집을 데리고 가준다.

이번에는 인사동 쌈지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나면 마치 고등학생 때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6개월간의 공백( 작년 10월에 한국에 방문했었다.)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둘이서 내가 모르는 얘기를 속닥일 때면 왠지 모를 서운함이 살짝 생기는 건 왜일까?

사는 곳이 달라서, 환경이 달라서 내가 다 알 수는 없어도 왠지 나도 끼고 싶고 알고 싶을 때도 있더라.

별 거 아니더라도...

나이 먹었나 보다.

괜한 걸로 서운함이 생기는 걸 보니.




우리는 인사동 두부마을에서 한상차림을 먹었다.

역시 한국재료로 된 한식이 태국에서 먹던 한식

과는 차원이 달랐다.

친구들과 함께 해서 더 맛있을 수도....


하지만 나는 맛에 있어서는 냉정한 편이라 객관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두부보쌈, 부추전, 청국장, 콩비지, 갖은 반찬이 맛깔스럽게 나왔다. 여기는 종로에서 한식으로는 맛집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다 먹고 비지도 원하면 가져갈 수 있어서 나는 애들에게 끓여주려고 아줌마스럽게

검은 봉투에 싸가지고 왔다.

비지 양이 너무 많았나 보다.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끓여도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비지찌개를 한동안 나 혼자 질리도록 먹었다.)

애들은 먹지 않아서. 그나마 딸 남자친구는 비지를 좋아한단다. 죄 없는 그 아이는 내가 싸다준 비지찌개를

가지고 갔다. 착한 녀석. 훗!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안국역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송현공원을 가로질러 흰색 양옥 1층에 '보부'라는

카페가 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 한 점 없어 우리는 야외에 앉았다. 점심시간 중이라서 대기줄이 길었다. 리뷰에 커피맛이 좋다 하였다. 카페도 이뻤다. 기다리는 동안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커피맛을 보고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시그니처 커피인 '보부의 빤나'를 시켰다. 시나몬 향과 부드러운 크림이 밸런스를 이뤄 맛이 참 깊고 부드러웠다. 아쉬운 점은 에스프레소처럼 굉장히 소량이라는 점이었다. 그래도 커피맛은 꽤 좋았다.


친구들과 근황을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이 아프다는 이야기부터 본인들 아픈 이야기까지 이제는 건강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두 친구는 남편끼리 친구사이라서 최근 베트남으로 골프를 치고 왔다고 했다. 저번에 내가 나왔을 때 조만간 공치러 태국에 갈 거라고 했는데 태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4명이서 다녀왔다니 조금은 서운했다. 한 친구 남편이 베트남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지인을 알아서 겸사겸사 다녀왔다고 했다. 이해는 하면서도 좀 그랬다. 그래서 중간중간 베트남 이야기를 할 때는 왠지 모를 소외감이 조금 느껴졌었다. 결국 친구들과 나와의 관계는 여기서 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정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외국에 살지 않으면 그 고충과 어려움을 잘 모른다.

두 친구 모두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걸 알고 있다.

글도 읽어봤는지 해외생활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인지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것이 나와 친구들 간의 거리였다. 마음의 거리.

거의 40년 지기였어도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거리.

연신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거구나" 하긴 해도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어차피 설명하고 말해줘도 모를 거 굳이 장황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도 각자의 삶이 있고 시간 내서 함께 만난 것만 해도 반갑고 좋았다.

괜한 얘기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즐거웠다. 애들 만난 거 자체가.

더 이상 깊게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친구 한 명은 멀리 신세계 백화점에 차를 주차하고

와서 결국 오후 2시 정도에 헤어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각자 집으로 가기로 하고 그중 한 명은

나보고 언제 출국하냐고 물었다.

조만간 연락하고 다시 만나자고 그랬다.




그래도 방콕에서 사귄 친구들에 비해 학교도 비슷하고 사는 환경이 비슷한 친구라서 대화하기는 편하고

좋았다.

어릴 때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었다.

태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고향, 학력, 사는 배경들이 각각이라서 말할 때도 항상 조심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게

대화해야 해서 불편함이 많았다. 이 친구들은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고 무슨 말을 하든 진심이 느껴졌다.

형식적인 게 아닌 진심이...

그래. 친구라 이래서 좋구나.

자주 얼굴 보고 거리감을 좀 좁혀야겠구나.

그럼 나도 한국에 사는 다른 친구들처럼 가깝게

느껴지겠지.

고맙다. 친구들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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