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산 둘레길을 거닐고 난 후 등산의 기쁨
만큼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방콕에서부터 아파온 족저근막염이 다시 기승을 부렸다. 나는 이미 시댁인 마포 근처에서도 정형외과에
다녀왔었다. 그런데 증상이 또 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 집 건너편에 정형외과가 눈에 띄었다. 나는
인터넷에 검색한 후 병원 리뷰를 꼼꼼히 살폈다.
이왕이면 친절하고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가고 싶었다. 내가 찾은 병원의 리뷰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마포에 있던 병원도 치료를 친절히 잘해주었었다.
남편은 다니던 곳을 가라고 했지만 거리상 멀기도 하고 어차피 한국에 오면 아이들 집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에 녹번동 근처 정형외과를 가기로 결정했다.
병원에 들어서니 꽤 규모가 크고 물리치료실도 잘 되어 있었다.
일단 시설, 장비가 마음에 들었고 안내하는 간호사분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잠시 뒤에 의사 선생님과 진료를 받았다.
내 발을 꼼꼼히 살펴보며 발의 문제점을 알려주셨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다시 엑스레이를 보며 발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려주셨다.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 뒤에는 체외 충격파,
전기파, 열 치료 등 물리치료를 받았다.
체외 충격파는 비급여 진료라서 부담이 되어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아프기도 했고
나는 실비보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의료비는 보상이 되어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태국의 경우라면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기본 3000-4000밧(12만-16만 원)의 진료비가 나온다.
만일 물리치료를 받으면 적어도 6000-8000밧(24만-32만 원) 정도의 의료비가 나올 것이다.
미국은 의료비가 어마 무시하다고 들었다.
태국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2-3배 이상 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수술을 할 경우는 한국의 3-4배 이상의 의료비가 들어서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물론 해외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을 들었다면 나도 방콕 현지에서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실비보험을 들어서 한국에서 치료받는 것이 더 유리했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녔다.
내가 느끼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다.
이만큼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내가 한국에 오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치료 때문이기도 하다.
내 나이 50이 넘어서 방콕에서 병원을 다녀도 되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게다가 태국어나 영어를 못하면 진료받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방콕 시내 대형병원은 한인회와 연계되어
한국어 통역서비스가 있기는 하다. 나는 굳이 서비스를 받지 않고 태국어로 직접 의사와 면담을 하지만
(나는 통역 프리랜서이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이나
병명인 경우는 항상 영어로 적어달라고 의사한테 요청했었다.
이러한 번거로움도 있는 데다 의료수가도 한국보다
비싸다 보니 아주 많이 아프지 않은 이상 병원을
잘 가지 않는다. 대신 쇼핑몰이나 로드샵에 약국이 많이 있다. 약값도 저렴한 편이고 태국 약국은 일반 약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감기 정도는 주변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여 복용하면 된다.
오히려 한국보다 약값은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제약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외 제조 약들은
비싼 편이다.)
이번에도 족저근막염은 오래전부터 아파왔었다. 대략 5-6년 전쯤 양쪽 발꿈치가 너무 아파서 주사치료까지
받게 됐다. 한동안 몇 년을 안 아프고 잘 지내다 다시
병이 도진 것이다. 걷는 것이 중요한 만큼 치료가 시급
해서 서울에 오자마자 시댁 근처 병원에서 2차례 치료를 받았고 애들 집으로 와서는 애들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의사, 간호사분들이 친절하시고 한국말로 설명해 주니
너무 편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정 비용도 부담해 주니 이만한 의료서비스도 없는 듯하다. 단지 비급여 부문에 적용되는 것만 실비보험 처리가 되면 웬만한 의료 서비스는 모두 받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6개월마다 매년 4월, 10월이면 서울을 방문한다.(남편은 내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나와 약속을 했고 고맙게도 그 약속을 지켜주고 있다.)
시어머님집에 남편과 머무는 동안 어머니를 챙겨드리고, 애들 집에 머무는 동안 아이들 집안일, 살림, 식사, 청소 등을 챙겨준다.
예전에는 이 시간들이 그렇게 소중한지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애들, 어머니를 챙긴다기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유한한 시간임을 알고 더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둘째도 그랬고 막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엄마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엄마가 와 있어서 편하고 좋다고.
나는 사실 20살이 넘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엄마가
장시간(1달 이상) 서울에 머물러 애들 집에 머문다는 게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을 줄 알았다.
내가 20대이던 시절에 나는 나의 부모님과 그렇게
가깝지만은 않았고 그것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착하기도 하지만 나와는 친구만큼이나 가까운 사이라서
엄마의 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듯이 보였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얘기하고.
그냥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편안하다.
오늘은 둘째랑 녹번동 부근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했다. 그동안 둘째가 헛구역질을 심하게 하는 게 계속 신경이 쓰여서 내가 검진할 때 같이 예약을 했다. 다행히 국가 검진으로 진행되는 것이 많아서 추가로 검진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나이가 있어서 올해는 골밀도 검사가 국가 검진에 포함되어서 비용 부담이 덜 했다. 검사를 마친 후 내시경에 대한 결과를 들었다.
나는 식도염, 위염, 과민성 대장증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둘째는 식도염으로 처방을 받아 약을 받아왔다. 둘째가 많이 걱정됐었는데 위에는 별 이상이 없고
식도염만 진단을 받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첫째랑 막내도 생년이 짝수 해라 내년 국가 검진에
해당된다.
바쁜 아이들에게 국가 검진은 꼭 받으라고 알려줘야겠다.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 나이가 되어보면 느낀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다.
나는 특히 두 아들들에게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술 마실 일이 있다면 꼭 숙취해소제를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확실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 나도 젊은 시절 술도 마셔봤고 건강 생각 안 하고 놀기도 했었다.
그때는 모른다.
아니 건강에 대해서 생각조차 안 한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놀아도 건강도 챙겨가며 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해준다.
내가 지나고 보니 너무 몸을 혹사하다보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애들에게 말해 주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물론 열심히 놀기도 했었고.
그래서 애들은 나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은 좋은 나라다.
이만큼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가 없다.
온 국민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이런 의료 천국인 나라는 세계 어딜 봐도 없다.
한국에 사는 모든 한국인들은 이런 시스템이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처럼 해외에 거주하면 그 당연함이 매우 소중하고
고맙다고 느껴진다.
한국이 의료, 행정, 기후, 자연 등등 혜택을 많이 받은 축복의 나라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세세하게 다른 문제점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 행정적인 처리가 신속히 이뤄지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건강검진이 끝났다. 숙제 하나 끝낸 기분이다.
내일은 애들 좋아하는 반찬 좀 만들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