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북한산 둘레길

by sommeil



텀블러랑 선글라스 쓰고 북한산에 올랐다.


애들 집에서 나설 때부터 시원한 봄바람이 뺨과 팔을

스쳤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찾은 북한산. 여전히 좋았다.

오랜만에 오르니 숨이 가빴다.

방콕에서 요가도 열심히 했었는데 그건 운동이 아니었나 보다. 첫날이라 그런지 숨이 차고 헉헉 댔다.

중간중간 멈춰 서며 돌아온 길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중간에 녹수 약수터가 보인다.

텀블러에 물을 싸왔지만 약수 한번 먹어보자.

시원하다. 기분 탓인가 약수라 뭔가 다른 거 같다.

잠시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산에 오른다.





서울사람들은 언제나 올 수 있는 곳이지만 나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 떠나야 할 사람이다. 그래서 이 시간, 이 모습, 이 광경이 너무 소중하다. 차가운 공기마저도..


일부러 반팔을 입고 나왔다.

항상 실내만을 맴돌던 방콕의 생활과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족저근막염으로 발뒤꿈치가 아픈대도 치료받고 또

걷는다. 시간이 소중해서 그리고 아까워서.


녹번동 쪽 북한산 푸르지오 아파트 위쪽으로 북한산

둘레길이 연결되어 있다. 작년에 와서 향로봉까지 올랐다. 오늘은 이번 방문 처음 북한산에 올랐다.

방콕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열심히 올라봐야지.


참.. 좋다!


지금 나는 산 위에서 글을 쓴다.

바위에 걸터앉아 핸드폰으로 쨍한 햇볕을 뒤로하고

한 자 한 자 적고 있다. 즐겁다.

바람이 분다. 차갑다.

내게는 시원하고 상쾌하다.



아까 헉헉대며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을 때

웬 할아버지가 그쪽은 어느 동네냐고 물으셨다.

바로 옆에 이정표가 있는데..

경사가 급해서 오르막길에 숨을 헐떡이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물으신다.


“녹번동이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다행이다. 더는 안 물어보신다.

나는 혼자 힐링하러 올라왔는데 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원래 민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길게 말하는 것도 별로 좋아라 안 한다.

대신 친구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으면 그 순간은 대화에, 약속에 집중한다. 좀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

경치가 좋아서 가족방에 사진을 올렸다. 남편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니 나보고 수양이 덜 됐단다.

그런가? 그런가 보다.


아까까지는 배추흰나비랑 지금은 까마귀가 계속 울어댄다. 사람들도 계속 하나둘씩 보인다. 바위에 한참을 앉았더니 엉덩이도 아프다.

내려갈 때가 됐나 보다. 오늘은 워밍업.

조만간 아침 운동삼아 자주 와야겠다.



북한산 참, 좋네

이쁘다.


또 와야지

이제 슬슬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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