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덥지 않아 좋았다. 딸이 점심때쯤 남자친구가 인사하러 온다고 알려왔다.
나보고 뭘 먹고 싶은지 물어서 피자, 스파게티를 말했다. 미리 주문을 해서 남자친구가 올 때쯤
피자, 스파게티가 도착했다. 이름이 길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바질 뇨끼가 들어간 피자였다.
독특한데 시그니처라고 먹어보니 맛있었다. 스파게티는 크림과 로제 두 가지를 시켰고 그것 또한
맛있었다.
배가 부름과 동시에 느끼함을 씻어줄 커피 생각이 났다. 둘째는 갑자기 커피와 디저트를
자신이 쏘겠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눈이 똥그래졌다.
웬 일? 둘째가 변했다.
최근에 둘째는 직장에 취업했다. 3개월째 접어든다.
얼굴도 밝아졌고 말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마음도 여유로워 보였다.
엄마가 왔다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사준단다. 게다가 내가 살 뺐다고 옷도 사준단다.
진짜 둘째가 변했다. 오호! 이런 날이 오는구나.
기다린 보람이 있다. 그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우리는 둘째가 시켜준 음료와 커피, 디저트인 팝콘을 먹었다. 배가 불러서 케이크를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둘째가 굳이 사준단다. 우리가 생각 없다 하니까 본인이 팝콘이라도 먹으라고
꽤 큰 사이즈를 시켰다. 우리는 커피와 음료, 팝콘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둘째가 사주니 더 맛있었다.)
한참을 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딸 남자친구가 근처 이마트를 산책할 겸 갔다 오자고 딸에게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둘째가 친구한테서 받은 생일선물로 신세계 상품권 10만 원이 있다면서
내게 선뜻 주었다.
" 엄마 이걸로 먹고 싶은 거 사"
또 놀랐다. 둘째의 플렉스.
결국 나는 딸, 남자친구와 같이 이마트를 같이 갔다.
걷다 보니 소화도 되고 날도 선선하니 좋다 했는데 잠시 뒤에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우리는 빗속을 뚫고 빠른 걸음으로 이마트로 향했다. 다행히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이마트에
도착했다. 그래도 둘째가 준 상품권인데 둘째에게 전화를 걸어 먹고 싶은 걸 물었다.
간짬뽕, 짜파게티, 스파게티를 사달란다. 나머진 엄마 먹고 싶은 거 다 사란다.
난 만두, 방울토마토, 계란, 요거트, 알룰로스, 김,
견과류, 커피, 두부, 사과 등 다이어트에 필요한 식자재를 주로 샀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도 있지만 직장 다니는 첫째, 둘째는 엄마 먹고 싶은 거 사라고 해서 라면과
만두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 먹거리로 샀다.
ㅎㅎ 이런 날도 있네
둘째의 마음을 알았다.
이제까지 매번 내가 사주는 음식에 내가 만드는 음식만 먹던 둘째.
항상 엄마를 꼬셔서 막내와 같이 나를 데리고 나가 자신들이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시키고 계산대로
나를 밀어 넣던 둘째.
둘째가 진짜 변했다. 그동안 엄마한테 해주지 못했던 걸 한방에 플렉스 하는구나.
고맙다. 둘째야.
나도 네 마음 알아.
엄마한테 여유가 생기면 뭐든 해주고 싶었던 것
소소하게 말하지 않고 엄마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해주려는 것.
오늘 네 엄마라서 정말 행복하다.
꿈속에서도 그냥 미소가 지워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