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시작된 서울 생활

by sommeil



2025년 9월 5일 아침 인천에 도착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50분이나 일찍 4시간 50분 만에 방콕에서 인천에 왔다.

나의 마음을 아는 건지 비행 실력(?!) 좋은 기장님의

기술과 퍼펙트한 기상의 환상적인 결과였다.




며칠 전 막내는 갑자기 인천 공항으로 나를 데리러

나오겠다고 알려왔다.

나는 괜찮다 했지만 굳이 나온다 하니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예상외로 일찍 도착했다.

막내는 카톡으로 오는 중이라고 알려왔다.

나의 짐도 도착과 함께 예상외로 바로 나왔다.

ㅎㅎ 이런 일도 있구나.

막내는 천천히 나오라고 했지만 이미 모든 시추에이션이 나를 공항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었다.

막내가 지금 가는 중이라고 지도를 사진 찍어 보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곧 만날 막내를 생각하니

설렘과 기대감에 마음의 여유가 저절로 생겼다.


30분이나 지났을까? 멀리서 뛰어오는 막내가 보였다.

공항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결국 우리는 만났고 기쁨의 허그(포옹)를 했다.


"엄마, 진짜 살 많이 빠졌네. ㅎㅎ 예뻐졌어."


막내아들의 첫 멘트였다.


3개월 전 서울에서 건강검진을 했을 때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의사가 체중 감량을 하라는 경고를 주어서 작심하고

방콕에서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했다.

결국 3개월 남짓 시간 동안 나는 9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아들은 내가 날씬해진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했다.

외형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체력과 건강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우리는 공항버스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일상 대화를 나눴다.

막내는 3학년 2학기를 잠시 휴학하겠다고 하여 시간적 여유가 생겨 새벽 도착인데도 공항에 나온 것이었다.

누나, 형과의 생활 얘기를 막내는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동거하면서 집안일로 부딪히고 있는 건 여전했다. 아... 또 시작이다. 도착하자마자 나의 귀에서는 피가 맺히는 중이었다.


그래도 막내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렇지, 함께 지내는 게 쉽지 않겠지. 중간에서 중재할 사람도 없고 뭐라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동안

답답함을 털어내느라 내가 많이 그리웠나 보다.

이렇게 오자마자 쏟아내는 걸 보니...

이해하고 또 이해했다. 아니 그냥 받아들였다.






막내는 평소에도 내게 자주 연락을 했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우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짧은 안부를 묻곤

했다. 그래서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다.

첫째 딸을 제외하고 둘째와 막내는 내가 서울에 오면 각자의 입장을 내게 말하곤 했다.

다행히 첫째 딸은 남자친구가 있어서인지 동생들과의 부딪힘이 적었고 내게 따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려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항상 서울에 오면 아이들과의 의견을 조율하고 각자의 입장을 설명해 주고 이해를 시키는 게 엄마인 나의

큰 미션이었다. 내가 서울에 옴으로써 아이들이 함께 얼굴 보고 밥 먹고 얘기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내가 오면 정서적으로 많이 편안해하곤 하였다.


1시간이 좀 지났을까 아이들 집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너저분한 물건들이 나를 마중했고 청소 안된 화장실이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짐을 풀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고 세면대, 휴지통, 대야부터 닦기 시작했다.

청소를 다하고 나니 내 마음도 깨끗해졌다.

쌓인 빨래도 바로 세탁기로 직행했다.

3시간 남짓 지나니 얼추 사람 사는 집 모양새 같다.


막내랑 잠시 쉬고 나서 우리는 전철을 타고 을지로

롯데 백화점으로 향했다.

원래는 안국동이나 경복궁 등을 걸어 다니고 싶었는데 더워도 너무 더워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인

롯데를 선택했다. 여기가 방콕인지 서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니 방콕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늦은 점심으로 우린 냉면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평일인데도 식당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우리는 그곳을 벗어나 주변 을지로 식당가로 향했다. 막내는 남포면옥이라는 유명한 냉면집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거기에서 물냉면, 비빔냉면, 만두를 먹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냉면은 아주 맛있었다.

알고 보니 8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맛집이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메밀면과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향의 육수와 한우 고명이 일품이었다. 부족했던 기내식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단번에 씻겨 나갔다.






오늘은 냉면이 다했다. 모든 스트레스와 여독이 저절로 풀렸다.

그래, 이 맛에 한국 오지.

서울 생활이 다시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뜨거운 햇볕이 그래도 반가웠다.

기다린 보람이 있네.

서울 생활 다시 시작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