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많이 왔다.
발이 아파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나간 김에 책 구경도 할 겸 교보문고를 들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베스트셀러 부스부터 둘러봤다. 경제 관련부터 자기 계발까지 다양했다.
나는 그중 몇 권을 뒤적였다. 앞의 목차부터 읽어 보고 맘에 드는 챕터를 읽다 관심이 더 가면
서서 읽던지 앉아서 읽을 수 있는 테이블로 가져가 읽던지 했다.
어제는 발도 불편하고 날도 흐려서 오랫동안 서서 읽기는 힘들었다.
사실 방콕에 있을 때부터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메모해 왔었다.
내 컨디션이 좋다면 메모한 책 제목을 찾아서 읽고 그중에 맘에 들거나 구입해도 될 정도의 흥미를
끈 책이 있다면 구입하고 집에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침을 맞아서 그런지 피곤도 하고 날도 흐려서 바로 집에 왔다.
젖은 우산, 젖은 운동화와 양말, 젖은 나의 새 책. ㅠㅠ
어제의 폭우 때문에 지금 이것들을 말리는 중이다.
책을 2권 구입했는데 방수가 안 되는 백팩 때문에 한 권이 비에 젖어 쭈글거리게 됐다.
아이 참... 아직 읽어보지도 못한 새 책인데....
오늘은 조용히 책이나 읽고 글이나 써야겠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 날씨다. 아침부터 서늘한 공기가 차갑지만 상쾌하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리고.
아침 일찍 눈이 떠져 핸드폰의 브런치 앱을 열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었다.
다들 미친 감성과 해박한 지식의 글들로 넘쳐난다.
오늘도 또다시 나의 부족함을 깨달으며 그들의 글들을 읽는다.
나는 주로 감성 짙은 글이나 시를 좋아하고 소소한 일상의 글들도 즐겨 읽는다.
경제나 사회성 짙은 글은 읽기는 하지만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사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 많은데 글까지 피곤함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이다.
물론 필요한 부분이므로 구독하고 읽기는 한다.
단지 즐기진 않을 뿐이다.
오늘도 소소한 일상으로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여럿 작가님들의 글들을 읽었다.
때로는 따뜻하고 잔잔한 감성으로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이런 게 행복이구나하고
느끼게 해 준다.
혼자 있지만 방콕에서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르다.
창문을 열면 선선한 가을 공기와 문 앞만 나가봐도
길 건너편에 보이는 북한산 모습
옆 방에는 아이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들
여기는 아이들이 사는 집이고 한국이고 서울이다.
나가면 모두 한국인들이고 익숙한 한글 간판, 버스,
지하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
나처럼 해외에 오래 살면 한국에 오는 순간부터 정신적인 평온함을 느낀다.
아무리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살기 힘들고 경쟁사회에 인성이 이상한 사람들의 사건, 사고가
자주 생긴다 할지라도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에 비하면 행복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센티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글을 쓰는 여유까지.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그냥 한국에 있어서 좋고 여기가 서울이라서 좋다.
내가 태어나고 살던 곳. 그래서 좋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