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학교 01-11 수학여행2

시나리오

by 이만희

게스트 하우스 앞 뜰(밤)

수학여행 마지막 날 민식은 학생과 선생님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숙소로 이동하고 취침 준비를 한다.

민식, 지아, 주영(보건교사), 성호(체육교사)가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있다.

제주도의 밤바다에서 잔잔한 파도소리가 들리고 있다.


주영: (크게 기지개를 하며) 아, 오늘이 제주에서 마지막 밤이네요. 선생님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이제 내일이면 제주도를 떠나네요.

성호: (봉지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며) 자,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한잔씩들 하시죠?

지아: (놀라며) 우리 맥주 마셔도 괜찮아요?

성호: (웃으며) 지아샘 걱정 마세요. 무알코올입니다.

지아가 민식의 손에 캔맥주를 쥐어준다.


민식: 오늘은 무알코올이지만 수학여행 마치고 우리 한 번 뭉쳐요.

주영: 너무 좋아요. (핸드폰을 켜고) 빨리 날짜 잡자고요.

성호:(캔맥주를 따며) 자 그럼 제가 건배사 할게요. 제주도의 푸른 밤을 위하여


모두 '위하여'를 외치며 캔을 부딪치고 있다.

민식이 캔맥주를 낮게 들자, 다른 선생님들이 민식이 들은 손 높이로 맞춘다.


주영: (캔맥주를 내려놓으며) 민식샘 아까 레크리에이션 정말 재미있었어요?

성호: 아까 학생들 보니까 어린 학생이든 성인학생이든 모두 정말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민식샘은 평소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저도 놀랐어요.

민식: (부끄러워하며) 다 선생님들이 잘 참여해 준 덕분이죠.

지아: 이번 수학여행은 참 의미가 있었어요. 학생들도 재미있어하고 물에 빠진 사람도 구하고요.

주영: 맞아요.


성호의 핸드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다.


성호: (핸드폰을 받으며) 어, 민지야, 아까부터 배가 좀 아프다고 선생님이 지금 보건선생님하고 있어서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주영:민지가 어디 아프데요?

성호: 아까 저녁 먹을 때 급하게 많이 먹더니 배탈이 났나 봐요.

주영: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이라고 했더니 제가 구급약통을 가지고 갈게요.

성호: (핸드폰에 손전등을 켜고 바닥을 비추며) 네 같이 가요.

주영: 저희 잠시 다녀올게요.

주영과 상호는 학생 숙소로 가고 민식과 지아만 남아있다.

민식은 어색한지 캔맥주를 집으려고 더듬거리다가 지아가 다시 민식의 손에 캔맥주를 쥐어준다.

지아: 선생님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사람들보다 삶을 더 긍정하고 사시는 것 같아요.

민식: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지아: 민식샘은 매번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민식: 지아샘도 항상 밝아서 좋아요. 또, 잘 웃어주셔서 고맙고요.

지아: 웃음이 많은 게 아니라 정말 민식샘이 웃겨서 웃는 거예요.


민식과 지아는 잠시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다.


지아: (캔맥주를 마시고) 주샘을 보면 돌아가신 아빠를 보는 것 같아요.

저희 아빠도 시각장애인이었는데 제가 중학생 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민식: (조심스럽게) 아버님이 시각장애가 있으셨으면 안마를 하셨나요?

지아: 아뇨, 예전에 우리 학교에 근무하셨어요. 중학생 때 아빠 따라서 학교에 놀러 온 적도 있었어요.

민식: (깜짝 놀라며) 혹시 그럼 윤종찬 선생님이 아버님이신가요?

지아: (눈에 눈물이 가득 차며)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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