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시작은 기적이었다.

by 이만희

지난 9월 27일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는 제4회 전국시각장애인 바리스타대회에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대회가 시작되는 광명에 있는 학운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선수 등록을 마치고 우리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메뉴 재료를 가지고 대회장에 들어갔다. 오전에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만드는 예선전이 실시되었다. 우리 반 학생들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a학생은 들깨를 활용한 라떼 메뉴를 만들었고, b학생은 딸기와 바나나우유를 활용한 음료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c학생은 오미자와 판단을 활용한 창작 음료를 만들었다.


10분 동안 자신이 개발한 창작 메뉴를 만들고 음료대에 제출하면 5명의 심사위원들이 맛과 모양을 보고 발표하는 순서였다. a학생은 40여 년간 방앗간을 운영하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며 들깨를 활용한 메뉴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b학생은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에 소방공무원의 삶을 달달한 바나나의 삶이었다면 시각장애인이 되어서는 커피의 쓴맛의 삶이라고 하였지만, 다시 맹학교를 입학해서 커피를 공부하는 순간들이 딸기의 달콤한 맛이라고 하였다. c학생은 투석을 하고 있어 음료를 먹고 싶은 대로 먹지 못하지만 먹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오미자와 판단으로 음료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각자 자신의 삶을 담아 담담하게 발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본선 대회가 마치고 결과가 발표되었다. 딸기와 바나나를 활용한 b학생이 2등, 들깨를 활용한 메뉴를 만든 a학생이 1등을 하였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수상한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평소 조용했던 학생들이 수상소감을 말하며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다. 우리 학생들은 멈추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큰 대회에 참가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내면의 넓은 그릇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메뉴에 진정성이 있었다. 발표하면서도 함께 인솔했던 선생님들이 담담하게 말하는 학생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만의 창작 메뉴는 깊게 생각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표현한 것이었다. 멈추지 않은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 망치를 내려치는 대장장이처럼 열심히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메뉴를 만들었다. 자신만의 창작 메뉴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일상도 새롭게 창조하였다. 창작 메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고 타인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자신을 더 긍정하고 더 강하게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메뉴를 바꾸라고 하였지만 자신이 세운 원칙에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시작이 기적이었다. 운명의 반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무조건 받아들이는 운명이라는 건 없다. 극복할 용기와 저항할 힘을 키워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았다. 자신의 힘과 재능으로 얻은 것만이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진정한 멘토는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며 땀 흘렸던 시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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