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 일찍 출근한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학교에 도착하면 운동장을 도는 첫 번째 습관이 있다. 운동장을 돌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오늘도 바람직한 일보다 바라는 일을 하고,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좋은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진정한 나로서 살아야겠다. 매 순간마다 만나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다짐한다. 변화와 발전이 없는 만남은 시간 낭비로 틈틈이 책을 읽고 책 속에 길을 만들 것이다. 나는 오늘도 죽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매 순간을 나 자신으로 살아야겠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말한다.
"나를 믿고, 마지막까지 나를 사랑하자."
아침 습관의 운동장 다짐이 끝나면 벤치에 놓았던 가방을 어깨에 메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가방에서 노트북과 점자정보단말기를 꺼낸다. 책상에 앉아 물티슈로 책상을 닦고, 컴퓨터를 켜면 비로소 하루의 업무가 시작된다.
나의 두 번째 습관은 하루에 두 번씩 일기 쓰기다. 아침에 쓰는 일기다. 아침에 쓰는 일기는 신선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하루를 긍정적으로 맞이한다. 저녁에 쓰는 일기다. 저녁 일기는 상처받은 감정을 표현하고 하루를 정리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중한 순간과 경험을 기록하여 나를 성찰한다. 아침과 저녁에 일기를 쓰면서 응축된 삶을 살게 되었다. 응축된 에너지를 기회가 오는 상황에서 발산했다. 소소한 행복도 일기를 쓰며 자주 느꼈다. 일기 쓰기로 나의 욕망을 선량하게 관리했다. 단점을 버리기 위해 나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를 이해하려고 일기를 쓰며 삶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의 길이 아닌 나의 길을 갈 수 있었다. 일기를 쓰니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여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도 살아갈 가치와 이유를 찾기 위해 일기를 쓴다.
상실은 시련이다. 일기를 쓰면서 상실을 극복한다. ‘오늘만 살자’라는 생각으로 아침에도 쓰고 저녁에도 쓴다. 일기를 쓰는 동안 나는 일상의 주인이 된다.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기 때문에 주인으로 살아간다. 긍정적이고 자신을 신뢰하며 마음을 열어 놓고 산다. 일기를 쓰면서 나를 극복하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하루동안 내 앞에 놓인 수많은 도전과 저항을 이겨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모습으로 살아왔다. 낡고 오래된 습관을 고치고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데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나’다. 오늘도 나는 일기를 쓰면서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나의 세 번째 습관은 학교에 출근해서 매일 원두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그라인더에 향이 좋은 원두를 넣고 커피를 간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 커피머신에 물을 채워 넣는다. 갈린 원두를 종이필터에 붓는다. 전원을 켜고 커피를 내린다. 커피머신의 커피 내리는 소리와 함께 교실에는 커피 향이 가득 채워진다. 향이 좋은 원두커피로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우리 교실을 지나가던 학생들도 커피 향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커피를 담은 종이컵을 손에 쥐어준다. 매일 아침에 원두커피를 내리는 일이 나를 가슴 뛰게 만든다. 커피 내리는 작은 일이라도 매일 반복하면 삶을 창조할 힘이 생긴다.
주는 것이 받는 것이다. 커피 한잔을 주는 삶을 통해 나의 에너지를 발견한다. 매일 내리는 커피라도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외롭고 힘들어하는 학생에게는 여러 말보다 따뜻한 커피가 더 큰 위로가 된다.
10년 전 내가 학생부장일 때 학교폭력 사안 처리로 많이 힘들어했다. 학교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억지로 눈을 뜨고 사형장에 나가는 죄수처럼 학교에 끌려 나갔다.
그날도 학교를 겨우 출근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교무실 책상에 앉으려는 데 예쁜 잔에 따뜻한 원두커피가 놓여 있었다. 옆에 앉은 선생님이 커피잔을 보더니 교장선생님이 제일 아끼는 잔이라고 말해 주었다. 믹스커피만 마시던 나는 처음으로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커피 한잔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 깨끗하게 커피잔을 씻고 교장선생님께 커피잔을 갖다 드렸다.
“이 부장, 요즘 힘들지? 고생이 많아. 언제든 커피 마시고 싶으면 교장실로 와.”라고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시며, 쳐진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교장실 문을 닫는데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때 교장선생님의 커피 한잔으로 위로받았던 내가 6년째 학생에게 원두커피를 내려주고 있다. 학생들은 나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커피를 내리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기도한다. 보름달이 뜨면 우물물을 떠서 정화수를 받아놓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커피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