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별이 지면 01

단편소설

by 이만희

오늘도 고요한 아침을 맞이했다. 도로에는 뿌연 안개가 가득했다. 어디선가 저 멀리 윤택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지친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빨간색 신호등에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 쉰 담배 연기로 아침을 가득 채운다. 그 순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반쯤 태운 담배는 하수구에 급히 버리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오늘도 새벽까지 아파트 상가에 있는 빈 병을 모아 근처 고물상에 팔았다. 4시간 정도 빈병을 모아 만원을 벌었다. 고물상 사장이 1,200원을 채워줘서 만원을 받았다. 가장 비싼 동백아파트를 지나고 다시 4거리를 두 번은 지났다. 차들이 도로를 채우고 인도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복을 입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중년의 여자들, 백팩을 메고 출근하는 젊은 남자, 교복을 입고 다정하게 수다를 떨며 학교 가는 여중생들이 정류장 주변 길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윤택은 지친 걸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윤택은 무궁화빌라 현관에 들어서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접었다. 반지하로 내려가 주머니에 있던 열쇠로 문을 열었다. 아내인 종옥이는 잠을 자고 있었다. 어제 횟집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늦게 들어와 윤택이 나간 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문을 여는 소리에 종옥은 잠에서 깼다.


“이제 들어와요?”

종옥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윤택은 입을 다문채 대답했다.

“응”


윤택은 잠바를 벗어 벽에 걸린 옷걸이에 걸어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고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면서 콧속의 먼지까지 밖으로 풀어내는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윤택은 세수를 하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았다. 거울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반지하인 집은 가운데 벽이 있어 방 두 칸으로 구분되었다. 현관문으로 집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왼쪽에 싱크대가 있고 그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안방에는 장롱과 냉장고가 있었다. 건넌방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딸 지민이가 좁은 방 책상 아래에서 자고 있었고, 막내아들 지안이는 그 옆에서 대자로 잠을 자고 있었다 윤택은 다시 종옥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와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마셨다. 거실이라고는 싱크대만 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서 냉장고는 안방에 두었다. 물을 마시고 다시 냉장고를 닫았다.

“지금 몇 시죠? 애들 깨워야겠네요.”

누워있는 종옥은 윤택을 등지며 물었다.

“6시쯤 되었겠네.”

윤택은 매일 습관적으로 물어보는 종옥에게 짜증이 나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택은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아침 방송으로 DJ의 활기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아침의 친구 이조아입니다. 오늘도 함께 힘차게 시작합니다. 첫 곡은 아바의 I HAVE A DREA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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