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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un 15. 2021

몸의 소리

- 나를 사랑하는 방법

    

급식소 문 앞이 떠들썩합니다.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발열 테스트 중입니다.      

“부장님도 한번 서 보세요~‘     

아침부터 몸살기가 있어서 살짝 걱정스럽습니다.      

모니터 속 유령 같은 인물 머리 위에 숫자 ’ 37,5‘     

’ 삐삐‘ 경보음 울립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 마스크 고쳐 쓰며      

”헉! 빨리 병원 가세요“      

”당장 조퇴해야 됩니다.“      

어깨, 팔, 등까지 온통 벌겋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옆에 있던 ’H‘도 37도를 오르락거리며 경보음이 울립니다.      

그도 뒤돌아서니 어깨와 등까지 벌겋습니다.      

’B‘가 자신 있게 카메라 앞에 섭니다.      

그녀의 몸은 단전 부위만 유독 붉습니다.      

단학기공 8년 차 몸을 기계가 증명합니다.      


지나가는 교감 샘 그의 텃밭처럼 온통 초록입니다.      

”아~ 완전 몸도 자연주의군요 “     

”난 차가운 남자라서 그렇다 아입니까“     


다들 열나는 두 사람을 걱정합니다.      

”오늘 감기 기가 살짝 있는데 미술실 청소도 했거든...“     

”난 담이 걸려서 그래~“      

”우리는 지금 갱년기잖아~“     

갱년기로 일단락 지었지만 걱정됩니다.      


잠시 쉬고 보건실에서 다시 재니 정상입니다.      

다행이라 싶어도 컨디션이 안 좋습니다.      

연휴 기간 동선을 생각해 보면 몸살이 날만합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려 너무 과하게 몸을 썼습니다.      


잠시 쉬려고 휴게실에 눕자마자 전화벨이 울립니다.      

”미미~ 아프다며~~?”      

“응? 어떻게 알았어요?”      

어제 몸 아파 문상을 못 간 소식을 전해 들었나 봅니다.      

“아니! 언니는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문상을 갔어요?”     

“응~ 친구가 태워줘서...”     

아픈 엄마 챙기느라 늘 병을 달고 사는 여인입니다.      


”조퇴해서 링거를 한 대 맞지 그래?“      

서로 자기 몸부터 잘 돌보자고 하며 전화를 끊고     

용감하게 조퇴 내고 물리치료사 친구 병원에 갔습니다.      


어제저녁 오랜만에 호수 걸으며 얼굴 좀 보자는 것을      

몸이 안 좋아 못 나가겠다고 했더니      

“아이코! 많이 안 좋네~?“ 하며 반깁니다.      


노란 영양제 주머니 매달고 침대에 누우니      

고단했던 몸이 녹으며 집처럼 편안합니다.      

해마다 두어 차례 누웠던 침대를 몸이 기억하나 봅니다.      


허리 찜질 뜨겁게 하고 나니 다리 안마기도 끼워줍니다.      

어딘가에서 “삐~~ 이~~ 이잉~~” 소리가 납니다.      

“희자 씨~ 이 아이가 계속 우는 건가?”      

“응 기계가 오래돼서 그래~ 기계나 사람이나 똑같아”      

내 몸속 숨은 울음을 소리 내어 울어 주는 것 같아      

야릇한 위안을 얻습니다.      


”덥다~! 손자들이 마스크 쓰고 어찌 학교 갈란고~-“     

옆자리에 누우시는 할머니 자기 몸 통증보다      

손주들 더운 것이 더 걱정되나 봅니다.      

친구가 매일 오시는 할머니에게 장단을 잘 맞춥니다.      

병원을 자주 찾는 사람들 몸 아픈 이유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서 푹 쉬고      

3일 정도는 무조건 많이 자라고 합니다.     

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니 볼 일이 생각납니다.      

’ 갔다 오자‘, ’ 쉬자 ‘ 몸 마음이 분리됩니다.      

결국 몸의 말을 듣지 않고 운전을 합니다.      

대기자 의자에 앉아 있으니 몸도 마음도 어질어질합니다.      




돌아오는 길 수박을 본 순간 아들 생각이 납니다.      

‘수박 크기가 작잖아~ 아들이 좋아할걸?’     

차에 두고 나중에 남편에게 부탁해도 될 것을      

기어이 들고 올라와서 허리도 마음도 부여잡습니다.      


매사에 의사 표현이 분명한 동료가 생각납니다.      

같이 운동장을 맨발 걷고 난 다음날      

발의 통증 부위와 증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마사지와 찜질까지 했다는 말이 놀라웠습니다.                     

나라면 그 정도 아픈 것은 무시하기에      

조금 지나치다 싶었는데      

돌이켜 보니 그것이 정상인 것 같습니다.        


조금 일찍 누워 몸을 봅니다.      

저릿한 통증 자리에 손을 올립니다.      

수많은 ‘그림자 노동’과 풀지 못한 감정의 잔해들      

허리에 쌓였습니다.                               

사랑한다고 마음으로 영혼으로 외쳐도      

몸이 ”언제 날 사랑했어~?“ 질문합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책을 펼칩니다.      

저자 문요한은 ‘몸챙김’이야말로 진정한      

‘마음 챙김’이고 ‘삶 챙김’ 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순간순간 따뜻한 주의를 몸에 기울이라고 합니다.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몸챙김’이      

자기 치유, 자기 사랑, 자기 다움의 통로가 된다고 합니다.                              


몸이 쉬고 싶어 할 때 쉬기,      

몸이 배고플 때 먹기      

몸이 자고 싶어 할 때 자기     

이 단순한 일을 다짐하는 게 슬프지만      

많은 심리학자, 철학자들도 놓친 것이 분명합니다.                     


‘니체’의 말을 반복하여 읽어봅니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이다.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것도 신체에 깃들어 있는 그 어떤 것에 붙인 말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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