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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un 15. 2021

작은 기쁨

- 일상 속 기쁨 찾기

찌르르, 깍깍, 후루룩 

이름 모를 새소리 아침 숲 속에 가득합니다 

소리의 강약에 거리와 날갯짓이 느껴집니다. 

차바퀴가 도로를 가르며 화음을 넣습니다. 

언젠가는 듣지 못할 지구의 소리

영화 ‘그레비티’ 장면이 생각납니다.  

마음속에서 작은 기쁨이 차오릅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 가는 5월의 숲 속   

아침 햇살 깊게 들어와 작은 나뭇잎 위에 반짝입니다. 

거친 나무의 수피에도 황금빛 햇살 따사롭습니다. 


비스듬한 나무 안고 허리 늘리기 운동합니다. 

허리가 뻐근하고 무릎도 뜨끔 거립니다. 

내 몸의 통증은 살아있음의 증거입니다. 


기울어진 나무 한 치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비탈진 자리에서도 사방으로 뻗은 뿌리가 단단합니다.

손 끝에 와닿는 나무의 숨결 느끼며 하나 되기 해봅니다. 

어디에서든 고요하고 단단하게 선 나무가 대견합니다.             


발바닥에 와닿은 차갑고 따스한 흙의 기운

흙 내음 풀 내음 꽃 내음 실은 바람이  

내 몸을 작은 기쁨으로 깨웁니다.



5월의 아파트 화단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요정같이 하늘거리는 ‘체리 세이지’ 

‘무언의 사랑’ 꽃 말이 잘 어울리는 ‘분홍 낮 달맞이’

눈 맞추는 순간 나의 입 끝에 꽃이 매달립니다. 


산책 후 만나는 현관의 빨간 우체통도 오늘따라 시적입니다. 

계단 옆 빈 벽에 드리워진 햇살과 창 그림자  

모노톤의 직선과 곡선의 대비 절묘합니다.  

간결한 추상 작품을 본 것 같이 마음이 심플해집니다.     


현미로 만든 건강 식빵 노릇하게 구워 

지인이 만들어 준 딸기잼 바르고 

남편이 사 온 두유에 현미 곡물 섞어 먹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기쁨입니다. 




마스크 쓰고 삼삼오오 등교하는 아이들과 

“잘 지냈어요~?” 반갑게 인사하는 순간 

싱그러운 기쁨 차오릅니다. 


책상 닦고 다기 씻어 차를 우립니다. 

이틀 전 동료가 전해준 수국 한 송이

오묘한 보라색 바라보며 박하차를 마십니다. 

따뜻하고 맑은 기쁨 잔잔히 번져 옵니다. 


어제 교정에서 찍은 파란 하늘 

감상 수업 PPT 첫 화면에 넣고 어디선가 본 문구를 적습니다. 

“살면서 좋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경험입니다.” 

사진과 글이 아주 마음에 들어 기쁩니다. 


“어제 우리 학교 하늘이에요~ 여러분이 생각났어요~”

마스크 속 가려진 미소가 보입니다.  

“등교 축하하려고 시내 제일 예쁜 꽃집에서 사 왔어요”

“여긴 에너지 주는 빨강으로, 저긴 희망을 주는 노랑으로~” 


나이 든 샘의 주책스런 너스레에 

아이들 장단 맞춰주며 “우와~!” 손뼉 칩니다. 

꽃색 보다 진한 기쁨이 출렁댑니다. 


100만 번 죽은 고양이 그림책 이야기로 시작한 수업 

짧은 명상도, 그림 감상 기록도, 그리기 활동도 

혼자에 적응된 아이들 유달리 몰입을 잘합니다. 


감성 팝송과 색연필 소리가 미술실에 가득 찹니다.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묻고 감탄하기를 반복합니다.   

마음 한가득 핑크색 기쁨으로 물듭니다. 


점심 식사 후 교정을 한 바퀴 돕니다.  

교감선생님이 분홍꽃 한 송이 꺾어 들고 

이름이 “송엽국”인 이유를 설명합니다. 


“교감 샘~ 꽃을 꺾으시면 됩니까!” 

나이 드신 남 샘의 지적에   

“저는 가지치기한다 아입니까~” 

웃음과 함께 그 꽃 왕 언니인 저에게 왔습니다. 

밭에서 뜯은 상추로 둥글게 감싸 봅니다. 

상추 속 송엽국이 기쁨 다발입니다.   

    



초록이 들판 같은 저녁 밥상입니다.   

분주히 반찬 만들던 2주 전과 비교하니  

'세음'과 함께하는 혼밥 시간도 충분히 기쁩니다. 


새롭게 시작한 저녁 운동으로 

몸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몸 챙김을 실천하는 일상이 기쁩니다. 


남편이 TV 앞에서 말없이 빨래를 개고 있습니다. 

미웠던 그의 모습 내 마음의 거울입니다.

칭찬해 줄 일 생각해봅니다.  

“아침에 먹은 그릇 씻어 놓으니 참 좋았어요~~”


남편이 저녁 간식 그릇 씻어 놓고 방에 들어가며  

교재 연구 중인 식탁에 불 하나 더 켜줍니다.

환해진 불빛만큼 마음도 밝아집니다. 




자기 전 싱크대 주변을 정리합니다. 

애정 하는 도자기 그릇 가지런히 올려놓습니다.  

싱크대 위는 비워지는데 마음은 가득해집니다.  

  

일상 속 작은 기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마음의 눈만 뜨면 됩니다. 


머리맡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을 펼치니 내 마음이 있습니다.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하는 것은 거창한 쾌락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다” 

“수많은 사소한 것들에서 찾은 작은 기쁨을 꿰어 우리 삶을 엮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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