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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un 15. 2021

마음을들여다보는시간

소중한 내 마음 들여다 보기

표현예술치료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홀 가운데 단어 카드가 둥글게 놓여 있습니다. 

“눈을 감고 당신 좋아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세요”

봉사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언니들이 떠오릅니다. 

“눈을 떠서 적절한 단어를 골라 보세요”

고민 없이 ‘사랑’을 골랐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려 왜 싫은지 생각해 보세요”

험담을 많이 하는 동료가 떠오릅니다.

배려심이 부족한 남편이 떠오릅니다.  

‘진정성’, ‘존중’ 카드를 고민하다가 ‘신뢰’라는 단어를 골랐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고른 단어는 자신 안에 있는 두 마음이라고 합니다. 

심장이 멈칫합니다. 

두 마음을 어떻게 화해시키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타인을 좋게 생각하고 너무 잘 믿어 버리는 편인데 

믿음이 부족하다니... 부정하고 싶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잘 믿지 못하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바깥은 나의 안 나의 바깥은 당신의 안’

장석주 시인의 사랑 시 구절이

세상과 나의 관계인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안은 당신의 바깥, 당신의 바깥은 나의 안"

거꾸로 되네요 봅니다. 


마음을 섬세히 들여다본 ‘소세키’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말합니다.  

“나는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못 믿게 돼버린 거지요.”

나는 나 자신을 믿는가?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대답에 자신이 없습니다.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곳은 오직 내 마음 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자유를 방해하는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눈 감고 내 자유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생각해 봅니다.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짝과 이야기 나누고 돌아가며 자신의 걸림돌을 얘기합니다. 

조바심, 욕심, 집착, 게으름... 각자의 마음 속박이 다양합니다.  


5명 한 조로 하여 1명이 조각가 되어 4명을 조각합니다.          

조각된 사람은 조각가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강하게 저항합니다. 

조각가가 그 걸림돌을 뚫어내는 데 성공하면 크게 손뼉 쳐 줍니다. 


제가 먼저 조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뒷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려움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하는 자세로 4명을 연결하였습니다. 

조원들의 저항은 무척 강했고 저는 힘껏 뚫었습니다. 

정면 돌파하고 난 기분은 몹시 시원했습니다. 


나머지 사람도 각자의 걸림돌을 조각하여 온 힘을 다해 뚫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은 단단히 묶여 있는 조각상들을 

간지럽혀서 일순간 해체시켜 버렸습니다. 

힘겹지 않고 단순하고 유쾌하게 풀어버립니다.

생각의 전환이 놀랍습니다. 


이 느낌을 그림과 퍼포먼스로 협동하여 표현하였습니다. 

한 분이 산을 넘은 것 같다고 하여 다섯 색깔 와이어로 

마음속 다섯 개 산을 만들고 기쁨의 반짝이를 붙였습니다. 

작품을 가운데 두고 각자의 걸림돌을 몸으로 표현한 후 

품고 있던 천을 날리며 가슴에 써 붙인 걸림돌을 찢었습니다. 

층층이 쌓인 두려움의 껍질이 한 겹 벗겨진 듯 가볍습니다. 


제 두려움의 시작이 어디인지 쉽게 가늠되지 않지만 

실체가 없는 두려움은 마음과 몸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생일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부터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거부당할 것 같은 두려움

내 몸을 의지대로 하지 못할 날에 대한 두려움

열매 맺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 나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가끔 연기처럼 퍼지는 두려움들이 저의 자유를 방해합니다.  




‘두려움 치유’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두려움에는 위험에 처했을 때 느끼는 진짜 두려움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가짜 두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내면의 등불’이라 부르는 우리 중심부의 불꽃 

즉 영혼, 영, 참나, 그리스도 의식, 불성에서 멀어지면 

가짜 두려움이 진실을 부인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합니다. 


‘내면의 등불’을 믿고 따르는 방법은 

‘작은 나’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 안의 ‘작은 나’는 수시로 종알거리며 가짜 두려움을 만듭니다 

‘작은 나’는 어린애 같고, 상처가 많고 무서워하며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이 ‘작은 나’ 뒤에는 가짜 두려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작은 나’가 가짜 두려움을 강요하려 할 때 

‘작은 나’를 사랑하며 온화하게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내면의 등불’로부터 환한 빛이 나오는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면서 

‘작은 나’ 너머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을 깊이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수행, 명상, 기도는 ‘내면의 등불’에 가 닿는 길일 것입니다. 

두려운 마음의 근원을 알고 싶어 찾아다닌 곳이 많습니다. 

이제는 밖으로 헤매지 않으렵니다. 


조용히 걷고 글을 쓰면 내면의 등불이 켜집니다. 

창 밖에 들려오는 빗소리에 귀 기울여도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을 무심히 보아도  

길가의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아도 

‘내면의 등불’에 가 닿아  

‘작은 나’에게 미소 보낼 수 있습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소중한 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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