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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이 Aug 26. 2024

[프롤로그]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

완전히 새로운 일은 세상에 없다. 모두 있었던 일에서 비롯한 것일 뿐.

  누구나 난처할 때가 있다.

  무언가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 혹은 시간은 그럭저럭 있는데, 아는 게 별로 없어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이어서 막막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 내 결정에 따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우선 걱정된다.


  지금의 내 상황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를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혼자 고민하기보다 그 일의 전문가나 먼저 경험해본 선배를 찾아가는 것이다.

  당연히 끙끙 앓아가며 고민할 때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떤 일들은 반드시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의 자문과 용역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보다는 우리가 일상, 특히 회사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상황들이 훨씬 많다. 그 때마다 일일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 밖에 없지만, 그에 대한 고마움과 별개로 조언이 딱히 들어맞지 않을 때도 있어 아쉽다.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반복적인 업무와 같은 게 아니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은 대개 선택의 문제이다.

  '상사의 사소한 부정행위를 목격했는데 이걸 신고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회사에서 해외 파견을 제안했는데, 이 시점에 이걸 수락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

  '지금은 내 판단이 옳은 것 같은데, 이것을 무시하고 상사가 다른 지시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

  '한 명은 태도가 좋고, 한 명은 업무 스킬이 뛰어난데 누구를 채용해야 할까?'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생성형 AI로 그린 그림을 많이 활용할 예정입니다


  주변에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조언자가 있다 한들, 우리가 고민하는 수 많은 상황을 모두 겪었을리도 없을 뿐더러,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해도 '임상으로 증명'이 될만큼 자주 겪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경험에는 다양성과 총량의 한계가 명백히 존재한다.

  더군다나 조언자와 나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개인적인 성향차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조언을 하는 입장과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결국 조언은 조언일 뿐, 선택은 온전히 내가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조언을 구하는 편이 훨씬 좋다. 조언을 레퍼런스 삼아 차분히 검토하고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레퍼런스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치만 믿을 만한 조언자를 만나기도 어렵고, 조언자도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그에 맞는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더 많은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역사를 들춰봐야 하는 것이다.



  역사란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똑같이 반복되진 않는다. 당연히 처한 사람과 시간이 다른데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다만,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뿐이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구약성경의 말씀이나,

  '역사는 반복 되지만, 원형이 아닌 나선형의 모습으로 반복된다'는 잠바티스타 비코의 말처럼.


  실제로 조선의 태종이 두 차례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에 오른 것이나, 그의 손자인 세조가 계유정난으로 왕이 된 것은 분명 다른 사건이지만 놀랍도록 닮은 구석이 많다. 비록 옳은 방향으로 참고한 것은 아니지만 세조도 쿠데타를 계획할 때 할아버지의 일을 레퍼런스 삼지 않았을까?


  이렇듯 역사 속에서 지금의 나, 내 상황과 비슷한 사건을 거울처럼 비춰볼 수 있다면 분명히 훌륭한 Case Study가 된다. 역사는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사건의 발단-진행-결과가 모두 드러나 있고, 그 사건에 대해 정리된 전문가의 의견이나 다양한 견해들을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는 워낙 방대하고, 애초 역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이 아니고서는 대개 기록물이기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줄기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데, 역사책을 굳이 씹어먹듯 읽을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장면들만 골라 재밌게 읽어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도, 많은 책을 섭렵하지도 않은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역사책을 쓸 수는 없다.

  그저 어릴 때부터 역사를 즐겁게 접한 덕분에, 15년 간 평범한 사회인으로 겪은 상황 속에서 그것과 비슷한 역사의 장면들이 떠올랐을 뿐이다. 거기에 HR 담당자로서의 경험과 지식들을 얕게나마 덧붙이면, 그런대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특히나 아직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미숙한 내가, 누군가에게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뚜렷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내 글 역시 하나의 의견일 뿐이고, 내가 소개하는 역사의 장면들도 저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이야기꾼으로서 우리의 삶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뿐이다.


  나의 빈약한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가 두렵고, 내 부족한 지식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어려운 것을 그나마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작은 재주 하나만 믿고 감히 도전해본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더 학습하게 될 것이란 다짐 섞인 바람에 시작해본다.


   나에게는 누구보다 훌륭한 글솜씨와 말재주를 지녔던,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리고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평범한 사회인들에게 한 조각 도움이 되길 바라며.



※ 필명 '곤이(鯤)'는 장자(莊子)의 소요유편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북해에 사는 큰 물고기의 이름이다.

    그 물고기는 어느날 갑자기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가 되어 남쪽 바다로 날아 갔다고 한다.


    학자들마다 해석이 분분할만큼 난해하기도 하고 자못 은유적인 글이지만,

    대체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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