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이가 아까부터 베란다 창밖을 보고 있습니다.
하양이는 두 살 된 몰티즈인데 까만 눈과 하얀 털이 예쁜 강아지입니다. 계속 서 있더니 싱크대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구나.'
나는 설거지를 빨리 마치려고 서두릅니다.
"하양아, 밖에 놀러 갈까?"
하양이가 내 곁으로 달려오며 빙빙 돌고 팔짝팔짝 뛰고 좋아서 야단입니다.
아침햇살이 따스합니다. 하양이와 나는 동네 한 바퀴를 돕니다. 그리고 우리 집 뒤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갑니다. 놀이터 주위에는 나무들이 빙 둘러 있고 빨강, 노랑, 초록색의 예쁜 벤치도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놀이터 옆에 꽤 넓은 공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아기 때부터 놀던 곳입니다. 아침 일을 마치고 놀이터에 나가면 다른 아기들이 놀러 나와 있어 엄마는 엄마들끼리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기는 아기들끼리 재미있게 놀던 곳입니다. 방과 후에는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시끄럽던 곳입니다.
이곳에는 이젠 비둘기 대여섯 마리와 참새들이 놀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양이가 날쌘돌이가 됩니다. 땅에서 나무열매 같은 것을 먹고 있던 비둘기들 곁으로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비둘기들은 후다닥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라 갔다가 가까운 곳에 또 내려앉습니다. 그러면 하양이는 비둘기 있는 곳으로 또 달려갑니다.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듯합니다. 그 모습을 나무 위에서 참새들이 내려다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하양이가 주위를 살핍니다. 벤치에 내가 앉아 있는 지를 확인하곤 쏜살같이 내게로 달려옵니다. 마치 아기가 놀이에 팔려 잊고 있던 엄마를 보고 반가워 달려오듯이 말입니다. 달려와 내 품으로 파고드는 하양이의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내 마음은 온통 오렌지 빛으로 가득 차 봄 햇살을 즐기고, 하양이의 노는 모습을 즐깁니다. 참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따뜻한 이 봄날 아침, 놀이터에 아기들까지 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이 글은 2010년에 출판되어 이제는 절판된 제1 수필집 《은하수를 보러 와요》에 수록된 수필입니다. 봄날 아침, 15살에 우리 곁을 떠난 하양이가 생각나 브런치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