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이는 몇 살이에요?”
“응, 15살이야.”
“그럼 우리 나이로는 몇 살이에요?”
“음, 한 80세 정도 되지 않을까?”
“와! 하양이가 그렇게 늙었어요? 이렇게 귀여운데….”
우리 집 아이들은 몇 번이나 물어 다 알 텐데도, 나이를 묻는 게 재미있는지 이렇게 묻곤 했다. 하양이는 우리 집 강아지다. 대부분 몰티즈 종이 그렇듯 하얀 털이 복스럽고, 크고 까만 눈을 가진 귀여운 얼굴이다. 요즈음은 강아지도 장수하는 세상이다. 17세까지 살았다는 강아지가 많아, 하양이가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줄 몰랐다.
그 날 우리가 집을 비우지 않았다면,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갔더라면, 조금 더 살 수 있었을까? 오전 10시경에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하양이가 캑캑댔다. 목에 뭔가 걸려 호흡하기가 힘든 것처럼 20분쯤 그랬다. 그러다 아무 일이 없는 듯 몇 시간을 잘 지내다 또 캑캑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동네병원은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야간에도 하는 큰 병원 응급실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갔다. 가는 동안에도 괜찮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병원 바닥을 왔다 갔다 하며 잘 놀았다.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안고 있는 강아지를 올려놓으라는 말에 따라 책상 위에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 한쪽이 꺾이더니 퍽 쓰러지는 것이다. 평소에도 병원에 가면 겁 많은 하양이는 의사 앞에서 힘없이 다리가 꺾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심정지가 온 것이다. 놀란 의사가 급하게 안으로 옮기고 응급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하양이가 살아났다고 간호사가 알려왔다. 2시간쯤 지나 하양이는 다시 내 품에 안겼다. 피부병 때문에 가끔 병원에 간 적은 있지만 심장이 나쁜 줄은 몰랐다.
초등 5학년부터 초등 1학년 까지 4명의 손자 손녀들은 하양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 이 네 명에 대한 강아지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아이들이 오면 하양이는 웃는 얼굴이 된다. 입이 귀에 붙는다. 아이들과 하양이는 맛있는 것 찾는 놀이를 한다.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에 숨겨놓고도 찾으면 아이들은 “천재 하양이” 라고 환호하며 좋아했다.
심정지가 온 날부터 꼭 일주일을 더 살고 하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동안 가족들이 차례로 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갔다. 기운이 없는 중에도 아이들과 눈 맞추고 놀았다. 죽기 하루 전 날, 종일 물도 먹지 않았다. 목이 마른 지 물그릇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한참을 보고만 있다가 결국에는 마시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기운이 없는 중에도 비틀거리며, 마치 자기가 살던 곳을 둘러보는 듯 집안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했다. 밤중에 매트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하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나를 향해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어찌 사람만이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오전 5시에 눈을 떴다. 숨 쉬는 게 약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놀라서 눈을 뜨니 오전 6시였다. 숨을 쉬지 않았다. 몸을 만져보니 아주 따뜻했다. 방금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잘 가 하양아.”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다. 한참동안 따뜻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화장실에 하양이 똥이 한 방울 있었다. 5시에는 없었으니 5시부터 6시 사이에 화장실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변을 보고 자기 집에 돌아와 편안하게 누워 숨을 거둔 것이다.
나는 양가 부모님과 형제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많이 보아왔다. 부모님들은 병이 들고, 혹은 노환으로 많은 고생을 하고 돌아가셨다. 오빠는 그의 인생의 절정기에 급작스럽게 이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갔다. 나는 동백꽃처럼 절정에서 뚝 떨어지거나, 목련 꽃잎처럼 추레하게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내는 죽음은 피하고 싶었다. 매화나 벚꽃처럼 꽃잎이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런데 다른 소망이 생겼다. “하양이처럼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요즈음 우리 집에 잘 오지 않는다.
“왜 우리 집에 안 놀러 오니?”
“할머니 집에 가면 하양이 생각이 자꾸 나서 너무 슬퍼요.”
동물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벌레는 물론 고양이, 개, 모두 멀리했다. 딸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2개월 된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후, 이 조그만 것이 내 생각을 바꾸어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물도 겁이 많고, 사람과 같이 애정을 갈구하고, 감정이 있고, 고통에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양이는 이 세상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 고마운 존재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말 하양이는 우리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