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무얼 먹을까?
집 앞에 회전초밥집이 생겼다. 서윤이가 엄마를 만나는 날에는 회전초밥집에 가는 것을 고집한다. 다른 것이 당겨서 유도신문을 해도 넘어오지 않았다. 목소리는 단호했고 표정은 비장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 회전초밥집에 데리고 간 날을 떠올렸다. 서윤엄마와 내가 평소보다 대화를 많이 했나? 웃음을 주고받았나? 웃음의 밀도는?
엄마와 아빠가 다시 함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준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고개를 저었다. 달리 생각해 보았다. 초밥을 고를 때 서윤이를 떠올렸다. 커져가는 눈동자와 분주해지는 손놀림, 달싹이는 입술을 주시했다.
서윤이가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고르지 않았고, 엄마 아빠가 따로 사는 지금의 상황도 아이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인생이 B(birth)로 시작해 D(death)로 끝날 때 그 여정을 수많은 C(choice)가 채운다.
서윤이는 선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질 때도, 다른 아이들이 하원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어린이집을 떠나 황량함을 느낄 때도 서윤이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세상에 나올 때처럼 말이다.
그 선택을 존중한다. 저번에 아빠가 시키는 대로 불행과 우울을 먹었다면 이번엔 너의 뜻대로 행복과 사랑도 먹어보길 바란다. 저기 도전도 온다. 먹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