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변하지 않는 세상과 변해야만 하는 우리

[영화 리뷰] 변하지 않는 세상과 변해야만 하는 우리

by 정근우

9년의 기다림, 그리고 고작 일주일이 지난 그들의 시간

현실의 시간으로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우리 역시 참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속 <주토피아 2>의 시계는 전작의 엔딩으로부터 고작 일주일 뒤를 가리키고 있더군요.

관객인 우리는 변했는데, 주디와 닉은 여전하다는 사실. 그 묘한 괴리감이 영화의 시작과 함께 반가움과 낯섦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포유류 연쇄 실종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주디는 경찰 훈장을 수여받고, 닉은 역사상 최초의 여우 경찰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여우 파트너'가 탄생했고 세상은 금방이라도 바뀔 듯 희망찼죠. 하지만 영화는 차가운 현실을 꼬집으며 시작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라고 말이죠.


여전히 신참에 불과한 이 두 파트너는 수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삐걱거립니다. 주디의 과도한 의욕과 정의감은 닉의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태도와 충돌하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냅니다. 2편은 바로 이 둘의 좌충우돌 성장통과 사건 해결기를 주축으로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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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 우화로 풀어낸 '디즈니적 세계관'의 확장

주토피아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동물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편견, 차별, 그리고 정의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특정 인종이나 집단이 아닌 동물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관객은 방어기제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번 2편 역시 그 미덕을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해진 세계관입니다. 전작보다 훨씬 다양한 67종 178마리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스크린을 꽉 채웁니다. 특히 포유류를 넘어 파충류 등 새로운 동물군을 등장시킨 점은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 서사적 장치로도 훌륭하게 기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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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마켓에서의 추격신이나, 뱀의 신체적 특성을 활용한 액션, 그리고 추위에 약한 변온동물의 생물학적 한계가 극 중 위기와 해결책이 되는 과정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디즈니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다만,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요? 주디와 닉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너무 많은 캐릭터를 한 번에 보여주려다 보니, 개별 캐릭터의 매력이 전작에 비해 밋밋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빌런의 존재감 역시 다소 희미해져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2. 더 깊어진 질문, 다소 가벼운 대답

전작이 포식자와 피식자라는 구도를 통해 '흑백 논리와 개인 간의 편견'을 깨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주토피아 2>는 한발 더 나아가 '역사적 억압과 구조적 차별'을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주토피아 건국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와 소수 집단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배제되고 낙인찍힌 이들을 어떻게 다시 공동체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그 질문의 깊이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편의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모순을 디즈니식 해피엔딩으로 봉합하려다 보니, 결말부의 카타르시스가 전작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 점은 분명한 약점입니다. 서사의 개연성보다는 세계관의 디테일과 캐릭터 묘사에 치중한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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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피형 여우와 불안형 토끼의 '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주디와 닉, 두 캐릭터의 관계성에서 나옵니다. 전 세계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그래서 주디와 닉은 사귀나요?"에 대해 디즈니는 아주 영리하게 밀당을 시도합니다.


겉으로는 '동료애'로 포장되어 있지만, 오가는 대화 속 미묘한 감정선은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진 여우 닉과 '불안형 애착 유형'을 가진 토끼 주디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정과 사랑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서 배회하는 두 캐릭터의 케미스트리는 이번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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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익숙한 맛, 반복되는 흥행 공식의 명암

<주토피아 2>는 전작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광 나무늘보 '플래시', 영화 대부를 패러디한 마피아 보스 '미스터 빅', 그리고 순수한 아기를 사칭하는 닉의 사기꾼 친구 등 전작에서 사랑받았던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원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말처럼,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반복을 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전작을 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이 유머 코드들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전작의 팬들에게는 신선함이 부족했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토피아 2>는 플롯의 약점과 다소 헐거운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시각적인 유쾌함, 찰진 대사의 짜임새,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주디와 닉의 투닥거림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을지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가려는 그들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마치 9년의 모습이 지나도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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