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용히 흐른다

지나간 질문들을 돌아보다

by 지문


질문은 처음부터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시작은 그저 그런 하루였다.

하지만 나는 내 안에 멈춰 있는 감정 하나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고,

그 감정은 결국 '질문'이라는 형태로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게 '질문하는 하루'의 첫 시작이었다.

시즌1의 질문들은 대부분 '나'에서 출발했다.

하루를 지나는 나, 무기력에 잠긴 나,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한 감정과 나의 거리.

‘감정을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왜 나에게만 가장 가혹했을까’, ‘말하지 않아도 다 느껴지는 날이 있다’

이 질문들은 모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 목소리들이었다.

“나는 왜 나에게만 가장 가혹했을까.”

그 질문은 한밤중, 모든 소음이 사라진 순간 나를 붙잡았다.

타인에게는 이해하려 애쓰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단호하고 냉정했다.

그 이유를 끝내 찾지 못해도, 그 질문을 던졌던 순간은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했다.

그 질문들을 던지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주 작고 조용한 변화들이 시작되었다. ‘질문 하나로 다시 시작된 나의 하루’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나는 ‘나를 기다리는 중이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붙잡고 있었다.

시즌2에 접어들며 질문은 조금씩 ‘나’ 바깥으로 향했다.

감정을 감추는 나,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나, 온도 차이로 남겨지는 관계들. 질문은 여전히 내 안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그 질문이 닿는 대상이 나를 둘러싼 세계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 사랑은 온도 차이로 기억된다.” 계절처럼 지나갔던 사람들. 그들과의 거리는 숫자가 아니라 체감 온도였다. 멀어진 후에야 그 사랑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혹은 차가웠는지를 알게 된다. 질문은 때로 그런 후회와 그리움의 무늬로도 남는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안심’, ‘너무 지나치게 나를 살피는 순간들’, ‘나를 통과해간 흔적들’

이런 문장들은 내가 세상과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흐려지는 나의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질문은 나를 외면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다시 나에게 데려다주는 길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즌3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조금 더 덜어내고 싶다. 더 적게 말하고, 더 오래 느끼고 싶다. 질문을 던지는 대신, 질문이 스스로 고개를 들고 올라오도록 기다려보고 싶다. 지금은 질문을 세우기보다는, 질문이 내 안에 가만히 자라도록 두고 싶은 시기다.

‘괜찮다는 말의 무게를 모르고 살았다’는 문장은 그런 시도의 시작이다. 질문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나는 사람을, 감정을, 나를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에 숨어 있던 감정들, 혹은 숨기고 싶었던 감정들이 이제는 조금씩 말이 되어 흐르기 시작한다.

글을 쓴다고 해서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고, 그 멈춤은 내 삶을 조금 다르게 흘러가게 했다.

질문은 소리 없이 흐른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나의 시간이, 당신의 마음이 조금씩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용히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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