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하루 시즌4
문득, 방 안이 너무 조용했다.
누가 떠난 것도 아닌데,
마음 한켠이 텅 비어 있었다.
라디오도 꺼져 있고, 휴대폰 알림도 멈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진 듯한 느낌.
나는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곤 물 한 컵을 마셨다.
하지만 갈증은 마음에 있었다.
슬픔은 그렇게, 말도 없이 찾아왔다.
아무런 이유도 들지 않고, 그냥 앉았다.
내 옆자리에. 조용히.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처음엔 부정했다. 나는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건 핑계라는 걸 알아챘다.
이건 분명히 어떤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슬픔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누가 묻기라도 할까 봐, 오히려 그게 더 두려웠다.
“왜 그래?”라는 한 마디에 무너져버릴까 봐.
나 자신이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문했다.
이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어제 본 영화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가는 계절 때문일까?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겨울밤,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이 쌓여 있던 골목길.
그때 느꼈던 서늘함과 같은 공기가
지금 방 안에도 떠다니는 듯했다.
슬픔은 때로, 우리가 놓지 못한 것에서 온다.
아직 덜 울었던 이별, 미처 닫지 못한 마음,
끝내 말하지 못한 한 마디.
그것들이 조용히 떠올라 마음에 스며들고,
우리는 그걸 이름 없이 받아들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슬픔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함께 있어야 한다.
괜찮은 척하지 말고, 무언가로 얼버무리지도 말고.
그저 잠시라도 같이 있어주는 일.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자리를 내어주는 일.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괜찮은 척’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슬픔을 숨기느라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더 아파지는 건 아닐까.
잠시 울어도 괜찮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어도 괜찮은 순간이, 필요했다.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