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까? 아니면 중학교 1학년쯤이었을까? 나는 학원에서 처음으로 방정식을 이용해 ‘소금물의 농도’를 구하는 문제를 배웠다.
학원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셨고, 예제도 열심히 풀어주셨지만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그냥 이런 식으로 푸는 거구나’ 하고 곁눈질로 따라는 했지만, 막상 내가 풀려고 하면 도무지 되지 않았다. 설명을 다시 듣고 다시 풀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이해되는 듯하다가 다시 안 풀리고, 또 안 풀리고. 그렇게 학원 수업 시간은 다 지나가 버렸고, 나는 학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버스 안은 여느 때처럼 왁자지껄했다. 친구들이 과자를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즐거웠지만, 나는 아까 그 소금물 문제에서 도저히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왜 나는 그걸 못 풀었을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이거였구나.’
소금물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미지수 x로 둘지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소금물의 농도를 물어보니까, 그대로 농도를 미지수 x로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농도 자체가 아니라 소금의 양을 x로 놓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순간,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처럼 모든 게 명확해졌다. 지금까지 그렇게 안 풀리던 문제가 아무 문제 없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쉽잖아?’
그 이후로 나는 어떤 응용문제를 만나든, 아무리 안 풀려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안 풀리지만, 언젠가는 생각나겠지.’ 버스 안에서, 샤워할 때, 밥을 먹다가 등등. 언제든 그 깨달음의 순간은 올 수 있으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순간은 소금물 문제가 나올 때부터다.” 아마도 우스갯소리겠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정식의 응용문제를 접하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아마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수학을 자주 써야 하는 엔지니어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쉽게 응용문제를 익히던 친구들과 비교하면 분명 나와 그들 사이에는 재능의 거리가 존재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뿐, 나 역시 배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 느껴왔다. 혼자 공부하다가 문득 ‘왜 이걸 지금까지 몰랐지?’ 하며 무릎을 치는 순간. 남들은 이미 지나갔을 문제를 붙들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느린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새긴다. 나에게 부족한 건 재능이 아니라, 그저 조금만 더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음을.
만약 그날 학원 버스 안에서 계속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수학을 포기한 순간은, 소금물 문제가 나왔을 때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