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에 나는 본격적인 과학고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에는 그 열풍이 조금 덜한 느낌이 들지만 내가 중학생 때만 해도 자사고와 특목고 광풍이 불 때였다. 수학 과학을 조금 더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과학고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과학고 입시 준비에서 중점적인 부분은 높은 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나는 학교 시험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었고 학교 안에서 하는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본 적은 있으나 올림피아드 수학 문제를 푸는 만큼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과학고 입시 준비를 하면서 아주 어려운 난이도의 수학 문제들이 가득 찬 문제집 하나를 받았다. 정답도 해설지도 없는 그 문제집을 우리가 풀고 싶은 만큼 풀고 학원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해주는 형태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공부방법, 즉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은 만큼 공부하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을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기에 이러한 학습법으로 내 수학실력은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봐도 손도 못 대는 문제를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풀어냈다. 학원 선생님들이 풀어주는 몇몇 문제들이 접근법에 대한 힌트가 되기는 했지만 푸는 방법을 익혀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낑낑거리면서 풀어간 노트를 학원 선생님에게 보여주면 때때로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풀이법이라고 칭찬해 주기도 하고 다른 방식의 접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 달이 흐르자 내 수학실력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태어나 처음 보는 수학 문제를 봐도 큰 무리 없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접근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었고 새로운 문제에 해결책을 찾는 시간 또한 확연히 줄었다. 하루하루 두뇌가 성장하는 것을 느끼는 하루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또 높은 교육비가 한국 사회의 큰 문제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교육을 통해 꿈을 찾고 두뇌를 키웠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피드백을 나는 학원을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입시 공부를 위해 시작한 공부이지만 과학고 합격보다 더 큰 수확은 이 과정을 통해 수학 실력을 늘렸다는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아무리 막막해 보이는 것이라도 일단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가끔 정말 타고난 천재, 따라잡을 수도 없는 천재들을 만나더라도 결국 따라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도 그때였다.
중학교 시절 나는 엄청난 성장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물리학이라는 것을 마음껏 공부해 보았고 노력과 끈기를 통해 실력을 성장시키는 법도 배웠다.
그렇게 나는 과학고에 합격을 했고 좋은 교육과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힘든 과학고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