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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Jul 06. 2024

중서부 지역에서의 인턴 생활

실리콘밸리에서의 첫 인턴을 시작으로 나는 미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하는 동안 미국과 독일에서 총 여섯 번의 인턴을 했다. 이렇게 인턴을 많이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첫 번째로는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해보는 그 자체가 재미있었고 두 번째 이유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인턴을 통해 배우는 것이 정말로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제조업에서 한 인턴은 나의 세 번째 인턴생활이었다. 첫 인턴을 잡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던 반면에 딱 한번 인턴 경력을 쌓고 나자 그 이후로 다른 인턴 자리를 찾는 것은 훨씬 쉬워졌다. 미국에서는 경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비록 짧은 인턴이더라도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매우 컸다. 간단한 전화 통화로 이루어진 면접을 거쳐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를 간 첫날부터 이곳 특유의 분위기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인턴이 함께 인턴생활을 시작하는 날이었는데 다 함께 모여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회사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다양한 안내들이 줄지어 이어졌는데 오리엔테이션 내내 바쁜 것도 없고 강요되는 것도 없었다. 인턴을 온 학생들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직원들도 모두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더 중요한 일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이제 몇 달간 지내게 될 내 자리로 이동하던 때에 일어났다. 우리 팀의 팀장이 직접 회의 중간에 나와 나를 오리엔테이션 장소에서 내 자리까지 데려가 주었다. 가는 도중에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고 건물의 구조는 어떠한지 상세한 설명과 함께. 물론 나만이 특별 대우를 받은 게 아니라 대다수의 인턴들을 상사들이 직접 와서 자리까지 데리고 갔다. 팀에서 가장 막내이자 아랫사람인 인턴을 팀장이 직접 내려와 데려가면서 회사를 안내하는 분위기. 이것이 그 회사의 분위기였다.


인턴 생활 내내 나는 이 회사의 이러한 따스함과 수평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내가 있는 팀은 기계에 들어가는 전기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곳이었고 엔지니어들의 대부분이 나이가 굉장히 많았다. 하드웨어 디자인에도 아날로그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 RF디자인 등등 다양한 일이 있는데 각자 엔지니어들이 다른 분야를 맡아 전기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팀워크가 중요한 일이었다. 때문에 이 팀에서의 제1원칙은 아마도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인 것 같았다. 개인주의적이고 팀워크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미국 문화 속에서 진정한 팀워크를 볼 수 있었다. 팀워크이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기와 개성을 살려 그 장점만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었다. 


이곳의 엔지니어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아는 것을 아낌없이 가르쳐주었다. 특히 나의 멘토였던 엔지니어는 매주 한 시간씩 나에게 강의처럼 회로 보드를 설계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어떤 문제가 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등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이때 배운 것으로 책을 한 권 써도 될 정도로 나에게 가르쳐준 지식이 깊고 넓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회로 보드 제작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특히 나는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 디지털 신호가 들어간 회로를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전공은 전력전자이지만 전력전자 회로에도 디지털 신호들은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하지만 쉽게 배우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세 번째 인턴을 한지 이미 수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끔 이때의 인턴 생활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특별했던 팀워크와 따스했던 사람들 그러나 정말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엔지니어들이 떠오른다. 간혹 그때 나의 경험이 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그곳은 나에게 환상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어느 직장이나 직장은 다니기 힘들다는 말들을 하지만 나는 아니라는 것을 이 인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토피아 같은 직장은 없더라도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직장을 찾고 들어갈 수 있는 실력과 안목을 갖추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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