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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Jul 27. 2024

나 혼자 하는 공부

박사 과정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가 논문을 쓰는 박사 학위 주제 이외에 다른 것들에 대한 지식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사 과정은 무언가를 많이 배우기보다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아주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그 주제 이외에 다른 주제에 대해 지식을 채울 기회가 많지 않다. 나는 태양열 변환에 관한 DC-AC 컨버터 대한 논문을 썼는데 그 주제 이외에 약간이라도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지식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렇게 박사 과정에서 논문만 쓰고 교수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는 내가 원하는 곳에 직장을 잡을만한 실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에 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전문가로 일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나 혼자서 인터넷으로 다른 대학교 대학원 교수들이 하는 강의를 듣고 인터넷으로 지식을 찾으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애용한 강의는 Coursera라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대학원 수준의 전력전자분야의 수업들이었다. 내가 하는 연구는 DC-AC 컨버터에 집중했다면 이 강의들에서는 DC-DC컨버터에 집중한 강의들이 많았다. 특히 DC-DC컨버터의 제어에 대한 강의들이 많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강의에 빠져들었다. 내가 쓰는 박사과정 논문보다 더 몰입해서 공부할 때도 많았다. 


그렇게 혼자 하는 공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체계를 갖춰 갔다. 그냥 강의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노트를 만들어서 배운 내용을 모두 필기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강의들을 듣고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료들을 찾아가며 모르는 것을 모두 해소했다. 하루하루 실력이 가파르게 느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도 이렇게 강의를 들으면서 혼자 공부할 때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전에는 이해하는 것보다 이해 못 하는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공부와 인턴십 그리고 논문을 쓴 박사 후반부에 다른 대학교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의 양도 달랐고 실력이 느는 속도도 달랐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지식들이 드디어 한 곳으로 모여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사 마지막에 박사 연구에 대한 회의감의 짙어질 때쯤 다른 대학교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혼자 공부를 해나가는 것은 내 공부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논문을 써야지, 연구를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강의를 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 침대에서 힘차게 나올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어쩌면 나는 태양열 변환이나 전기차의 모터 등에 활용되는 DC-AC컨버터보다는 DC-DC 컨버터가 더 재미있고 나에게 맞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특히나 DC-DC 컨버터의 제어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복잡한 이론이나 수학문제를 푸는 것에 더욱더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다 DC-DC컨버터가 나의 적성에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고 때때로는(?) 논문을 쓰면서 나의 박사과정 시절도 마무리되고 있었다. 물론 졸업을 하기 전까지 이렇게 혼자 다른 대학 교수들의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한 시간들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끼칠지는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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