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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Aug 03. 2024

미국 대학원에서 출소? 아니 박사 졸업!

그렇게 혼자 공부를 하며, 그리고 박사 논문을 쓰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언제 졸업할지 모르는 막막한 하루하루는 지속되었다. 원래 처음 공부를 시작해서 0점에서 80점을 받는 것보다 80점에서 100점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기 마련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 대다수의 사람들이 틀리는 문제 또한 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은 눈앞에 바로 다가온 것 같으면서도 또 저 멀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가령 나는 정말 이 주제로 연구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지도교수가 자세한 수식을 물어보면 몰랐고 그런 수식을 다시 생각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지난한 과정들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교수에게 나는 졸업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고 디펜스 (졸업논문을 교수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날짜를 잡게 되었다. 날짜가 잡히자 그야말로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다. 연구는 다 끝났지만 논문을 쓰고 발표 준비를 하는 건 또 다른 큰 도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짜가 잡혔다는 그 사실만으로 나는 예전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바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디펜스 날, 코로나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디펜스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몇 년간 내 인생을 걸고 연구해 온 것들,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 온 결과물들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무수히 해온 발표이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전날 몇 번이고 발표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발표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다. 


발표가 끝나고 내 지도교수에게 다른 교수들이 한 말은 이거였다. 너 저 학생한테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예전에 비해 훨씬 잘하는데? 엄청난 칭찬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박사 과정은 당연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제 졸업 논문을 완성시키는 일이 남았다. 그동안 학회 논문은 많이 써왔지만 졸업 논문은 그것보다도 훨씬 자세하게 그리고 학교의 양식에 맞춰 완성해야 했다. 밤을 새우고 잠을 줄여 학위논문을 완성시켜 갔다. 그리고 천만 다행히도 나는 졸업논문을 제때 양식에 맞춰 제출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나의 길고 길었던 석사, 박사 시절이 끝이 났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 학교에 입학해서 30대 초반의 나이가 될 때까지 나의 삶은 이 학교 자체였다. 이곳에서 친구들을 사귀었고, 이곳에서 공부를 했고, 이곳에서 기회를 얻었으며,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석사, 박사 이렇게 두 개의 학위를 받았다. 


이곳에서 걸었던 거리,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이곳에서 배웠던 것들, 그리고 이곳에서 얻을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은 평생 동안 머릿속에서 뿐만 아니라 가슴 속에서도 절대 잊히지 않을 것들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도, 중학교를 졸업할 때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할 때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마도 그 이전의 학교들은 남들도 다 가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삶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자리 잡아 보겠다는 꿈은 내 인생을 걸고 내가 선택해서 스스로 한 도전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 기간의 나의 삶을 내 모든 젊음을 바쳐 뜨겁게 사랑했고, 모든 걸 쏟아부었다. 아마도 그래서 마음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인턴을 한 회사 중에 한 군데에서 풀타임 오퍼를 받아 입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앞날에는 탄탄대로만이 남아있을 줄 알았지만 더 큰 고난이 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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