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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Aug 17. 2024

미국에서 이직하기

박사학위를 받고 일을 시작한 첫 직장에서의 좌절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나의 상사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강도가 점점 더 세졌고 내가 아무런 잘못한 것도 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물론 나 또한 회사도 팀도 사람들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직장을 관둘 수 없어 회사일을 적당히 하면서 뒤로는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첫 직장을 인턴 후에 리턴 오퍼를 받아서 들어갔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으로 해보는 취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틈날 때마다 indeeed, glassdoor 등의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전력전자 엔지니어를 찾는 공고에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컸다. 박사를 마치고 첫 직장에 들어간 지 몇 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직장을 찾는 나를 누가 뽑아줄까?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많은 회사에서 면접 요청이 왔다. 그리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미국이 기회의 땅임을 그리고 실력만 갖춘다면 내가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회사와 정말 많은 면접을 봤다. 굉장히 구체적인 질문으로 내가 알고 있는 공학 지식을 테스트하려는 회사들이 많았다. 마치 시험을 보듯이 종이와 펜을 들고 면접관이 묻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면접들도 많았다. 버벅거리며 질문에 대답을 못할 때도 많았지만 내가 아는 지식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들도 많았다. 그리고 많은 면접들을 보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점점 더 면접들이 쉽게 느껴졌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면접관들 또한 많이 만났다. 높은 수준의 기술 질문들에 감탄할 때도 많았다.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많은 면접 끝에 나는 내가 가고 싶은 여러 회사에서 오퍼들을 받을 수 있었다. 전력전자를 공부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전력반도체회사,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회사, 그리고 보다 일반적인 회로 설계를 요구하는 제조업이었다. 나는 전력 반도체 회사에서 한 개의 오퍼를, 전기자동차회사에서 두 개의 오퍼를 그리고 보다 일반적인 회로 설계 능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에서 두 개의 오퍼를 받았다.


이제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첫 직장에서 너무 나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보다 신중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회사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곳을 가고 싶었다. 


고민 끝에 나는 전력반도체 회사를 선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 이유는 전력반도체 회사에서 보다 더 깊이 있는 전력전자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회사가 전력반도체를 이용해 보다 큰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면 전력반도체 회사는 반도체 부품 하나하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전력반도체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면접에서 느낀 느낌이었다. 굉장히 깊이 있는 기술적인 질문들을 하면서도 무례하지 않은 태도가 좋았다. 이곳에서는 보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 느낌은 맞았을까? 새로운 직장에서 또 나쁜 상사와 동료들을 만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반 기대반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직장에 가게 되는 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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