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를 다니는 도중에 두 번째 회사에 합격을 하고는 바로 첫회사를 관두었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를 가기까지는 한 달 반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했겠지만 그 시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렇게 휴식을 취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매우 불편했다. 새롭게 가는 회사는 어떤 곳일까. 첫 회사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두 번째 회사도 그렇게 나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나를 지배했다. 이번 회사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나의 목표는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심도 몰려왔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에서 석사, 박사를 한 그 시간도 모두 매몰비용이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걱정을 한가득 안고 들어간 두 번째 회사의 첫날. 나는 이곳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회사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 회사의 특징은 경력이 많은 좋은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신입이나 다름없는 나에게 무엇이든 알려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식부터 시작해서 사소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방법까지.
내가 원하는 곳이 이런 곳이었다. 나는 많은 경력과 지식을 가진 엔지니어들에게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었다.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전력전자 엔지니어에게 경력은 꼭 필요한 것이었고 그런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일하는 게 참 싫었다. 억지로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능률이 오르지 않으니 더 하기가 싫은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어쩌면 첫 회사를 그만두고 두 번째 회사를 들어가기 전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던 이유 또한 첫 회사에서 느낀 무기력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회사에서 느낀 좌절감은 내가 원했던 엔지니어의 삶이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에서 오는 실망감으로 나의 목표와 꿈을 잊었었다.
이제 다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가슴에 열정을 지피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나의 꿈을 이루는데 한 걸음을 내딛게 해 줄 것 같았다.
나는 무엇을 하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열정을 다 바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뒤돌아 보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온 마음을 다해 달리며 살아왔다. 새로운 회사를 들어간 첫날, 다시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한 것 같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다시 한번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