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쯤이 아니라 누군가 정확히 25년 전에 죽었다고 가정하자. 그가 마지막 숨을 뱉지도 못하도 죽을 때 동시에 내가 태어났다고도 가정해 보자. 나는 실제로 25살이고, 그 사람은 죽은 지 25년이 되었다. 과연 누가 승자일까. 82억 인구 중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나와, 적어도 살인자에게는 기억될, 혹은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길 누군가에게도 꾸준히 기억될 여지가 있는 그. 누가 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알다마다, 치매라는 병은 살인도 기억 못 하나 보지. 내가 기억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