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부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세금이며 주차료도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드니 그렇겠지. 반면 오키나와는 18살이 넘어 운전면허만 있으면 차를 사는 것 같다. 그건 그만큼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인 듯.
오키나와에 산지 7년째이지만 내가 여기에서 버스를 타거나 모노레일을 탄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다.
지하철은 없고 버스도 한 시간에 몇 번 밖에 다니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학교를 갈 때 올 때도 항상 픽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었을 때 집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골짜기 같은 시골도 아닌데 말이다.
운이 좋게도 오키나와에 오자마자 차를 샀지만 내가 직접 셀프로 차 검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운전 경력은 20년이지만 내가 자동차 관리까지 다 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자동차에 관해서는 결혼 전에는 아빠가. 결혼 후에는 남편이. 혼자가 된 후에는 대행업체가 항상 해 주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직접 셀프차검을 받기로 했다. 돈도 아낄 겸 현지인들의 조언을 따라 별거 아니라는 말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지
한 달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이 안 된다고 해서
기한에 넘기지 않게 예약을 하고 날짜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지 체크하고 당일이 되었다.
예약은 오후인데
아침부터 실수해서 차검을 못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건 언제나 공공기관에서는 서류 하나라도 모지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일본 규칙 때문일까?
긴장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날짜 기한을 3일 남겨두고 한 예약이라 당일에 통과하지 않으면 3일 후에는 차를 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기에.
뭐든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 사람들의 습성 때문에 차검을 하려고 휴가까지 냈는데 통과를 못 하고 다른 날 다시 해야 한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다.
수수료도 다시 내야 하고 다시 휴가를 낼 수 없기에 반드시 당일에 통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검시장을 향했다. 예약 시간이었던 1시보다 빨리 도착해 조금 앉아 기다리는 사이 나는 이게 뭐라고 그리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눈이 동그래진 채 두리번거리며 한 번에 통과하기만을 바랬다.
나의 순서가 되었을 때 일본어로 듣는 차량 용어들이 너무 생소하고 영어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했을 때
"그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검사원은
'이 사람 운전은 할 수 있는 거야??'라는 느낌으로 나를 쳐다봤다.
"기어를 내추럴로 놔주세요!" 할 때
내추럴이 뭐지??? 뭐지?? 뭐지??
그게 뭐라고 머리가 삐쭉삐쭉 서는 것만큼 긴장했을까??
그건 기어를 N으로 놓으라는 말이었다.
"헤드라이트를 켜주세요" 번역해서 이 말이지만 일본어로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어서 이것저것 켰다 껐다 하니
검사원은 "괜찮아요. 차분하게 해도 괜찮아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라고 하셨다.
땀이 삐질삐질..
내가 언제 일본어로 그런 말을 들어봤겠나.
차는 그냥 타고 차에 관한 용어를 일본어로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걸.
그렇게 해서 끝난 검사는 불•합•격이었다.
불합격일 경우에는 무엇 때문에 불합격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줘서 근처의 카센터에 가서 수리를 하고 오면 대부분은 심각한 고장이 아니고서는 두 번째는 통과를 한다.
다만 당일에 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수리가 일찍 끝나 제한된 시간 안에 다시 와서 재검사를 받고 통과를 하면 2년의 차 보험료를 납부하고 차검 증명서를 받으면 끝이 난다.
부랴부랴 수리센터를 찾아 설명하니 30분이면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리는 30분은 얼마나 긴지.
재검사는 무사히 통과가 되고 1시부터 시작된 절차는 3시 45분이 되어서야 마무리가 보였다. 증명서까지 받고 4시가 넘은 시간에 무사히 안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