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이 커져 거센 바람이 되고 거센 바람은 폭풍이 되어 천둥, 번개까지 치고 긴 시간이 지나야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나에게 불어오는 이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고 머리를 써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온갖 지인의 지인까지 다 동원해 해결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던 사. 기.
그런데 그 사기의 원인에서 우리를 뺄 수 없다.
그 엄청난 배신은 믿음이 그만큼 크기에 배신도 크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을 믿었던 것이 원인이고 우리의 어리석음이었다.
비오는 날, 아무도 없는 공원엔 나와 아이만 있다.
속상함과 화남을 지나 원망 그리고 분함을 지닌 채 살아가는 건 나만 갈아먹을 뿐이다. 그동안도 그 모든 것을 품고 사느라 스스로를 얼마나 갈아먹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바다가 너무 좋아서 해외에 살아보겠다고 온 이곳에서 내일 죽을 것처럼 놀기로 작정했었다.
마음 한구석에 '내가 이곳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라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 언제가 언제인지 내일일지 내일모레일지..
3월부터 11월까지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더운 오키나와에서 정말 매일 바닷가에서 놀고 아이에게 좋다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에는 항상 구명조끼와 튜브, 수영복, 타올을 비치해 두고 언제든 바다에 들어가 놀 준비를 해 놨고,
두 아이와 시간만 나면 도시락을 싸서 좋은 공원에 나가서 아이들이 뛰고 웃는 동안 나도 힐링이 되어 웃게 된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의 피부는 건강하다 못해 운동선수처럼 까매진다. 그러고 나서 한국에 잠깐이라도 입국하면 "운동선수이신가 봐요~~!!"라는 말을 어김없이 들었었다.
내가 이렇게 놀아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성실했던 여고생이었고 대학생 시절부터 언제나 레슨을 하며 연습과 싸워야 했기에 노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항상 바쁘게 쫓기듯 살아온 나라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어색한 나에게 노는 것이라는 건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내가 선택한 놀이는 여행이다. 그 후로 정말 짐을 수도 없이 싸서 오키나와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오키나와에 있는 리조트들은 다 가보리라는 마음도 먹고 (물론 비싸서 이루지 못했지만) 틈만 나면 리조트에서도 놀고 관광지는 다 돌아다녔다. 누구보다 가이드는 잘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내일 이곳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놀았던 것 같다.
오키나와 남부부터 북부까지 작은 섬처럼 보여도 차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곳도 있다.
오키나와의 섬이란 섬은 다 가보고 싶고, 체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후회하지 않게, 이곳을 떠나더라도 그리워하지 않게,
그리움이 커져 슬픔이 되지 않게.
그게 내가 이곳에서 사기를 당했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이지 않았을까?
비가 오는 날.
아무도 없는 공원에 우리만 있는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아이에게 노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연을 즐기는 것이 최고일 거다. 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내일 죽을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연을 즐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