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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ncssam Jun 14. 2023

마음껏 먹자-스시

신나는 식사 시간

정말 신나게 놀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게 당연!

마음이 아파도 먹어야 하고 내가 쓰러지지 않으려면 더더더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오키나와에서 내가 직접 밥을 세끼를 다 해 먹는 건 정말 힘든 일 중에 하나이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기대하지도 못하고 그것의 반만이라도 맛을 낸다면 다행이다.

내가 하는 요리는 왜 그렇게 맛이 없는지…

한국에 살았을 때도 요리는 너무 힘들었었는데 여기에 있으니 밥을 해 먹는 것이 더더 힘들다 못해 괴롭다.


재료 또한 다르기에 내 입맛에 맞는 재료를 찾는 것조차 하나하나 버겁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원전이 터졌던 나라이니 원산지를 꼭 확인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마트에서 일일이 원산지를 체크하면서 사는데 그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이들은 옆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는데 나는 한자도 모르고 그걸 하나하나 번역기로 돌려 그 지역이 후쿠시마 근처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마트를 한번 다녀오면 그걸로 벌써 지쳐서 음식을 할 마음이 안 생긴다.


정말 밥이 하기 싫어질 때면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메뉴는 정해져 있다.

스시 아니면 라멘, 햄버거, 규동, 피자 등등…

한국 음식은 하나도 없다. 먹으러 갈 수 있는 곳은 있지만 너무 맛이 없고 일본화된 한국 음식의 맛은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든다.

‘그러느니 차라리 집에서 먹지!’하고 돌아서게 된다.



오늘은 아이들이 스시로 정했다.

자주 가는 스시집 예약을 하고 나서는 길부터 아이들은 신나서 춤을 춘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커서 아이들이 스시를 잘 먹어 스시 집을 가는데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




보통 스시 한 접시에 100엔 비싼 건 150엔 정도 한다.

더 크고 좋은 스시일수록 더 비싸진다.

이제 아이들은 커서 누가 더 많이 먹나를 내기하는데 5살 아들은 9살 누나만큼 먹고

9살 누나는 나만큼 먹는다.


아이들은 먹는 내내 고르는 재미에 신나고 맛있어서 신나고.

너무 신나 춤이 절로 나오는 맛. 그런 아이들에 나도 오늘 웃는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면 모두 배가 불러서 맛있는 스시를 먹어서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7년을 여기에서 보냈으니 거의 여기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데

나는 한국음식이 그립다.

김치찌개가 그립고, 갈비탕이 그립고, 닭갈비도 그립고,

한국에서 먹던 정겨운 음식들을 스시로 대체한다.


언제나 스시도 맛있으니까!

사진을 다시 봐도 군침이 돈다.


그런데 내일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한다.

그 물이 흘러 오키나와까지 금방 올 텐데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5대양으로 퍼질 텐데

우리가 좋아하는 스시를 못 먹게 될 것 같다.

스시뿐만이 아니겠지.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믿고 먹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나에게 떡볶이가 소울푸드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소울푸드인 스시를 먹는 게 불편한 때가 오는 것을…


그래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또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마음 편히 먹고 있겠지?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먹을 수 있을 때 마음껏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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