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해인 Oct 10. 2024

7. 인구 감소는 어딜 가나 문제다.

특히 교도소에서는 더더욱

 #이수광 - 허기에 시달리는 중

 이수광은 배가 고프다.


 지난 새벽부터 섭취한 음식물이라고는 편의점에서 가져온(몰래) 박카스 맛 젤리와 포도 맛 새콤달콤과 천하장사 소시지가 전부다.


 게다가 놀이터 미끄럼틀 안에서 노숙까지 감행했다.


 탈옥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소식은 업계 사람들을 통해 간간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그는 오랜만에 바깥세상 구경도 했겠다,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해본다.


 “……음.”


 그러다 이수광은 편의점 청년에게 탈옥 자금까지 빌린 마당에 이대로 탈옥을 그만두는 건 못할 짓이라고 결론짓는다.


 청년에게 빌린 10만 원이 아직 그대로 있다.


 꼬르륵―


 이수광의 뱃속에서 아우성이 들린다.


 때마침 아침을 먹기에 적당한 시간인 만큼 식사를 하기로 한다.


  



 #교도관 권 모 씨 - 상황 파악 중

 세 시간 전, 서울북부교도소.


 아침 점호를 실시하던 교도관 권 모 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


 교도소 내 모든 수감자들의 인원을 확인한 결과, 한 명이 비었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명.


 권 모 씨는 한 사람분의 인원이 비자 인원체크 단계에서 본인을 빼먹은 것이 아닌지 자문했다.


 그러다 이내 교도소 내 인원체크는 항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은 사고 과정을 통해 생각해냈다.


 “……음.”


 찬찬히 시간을 두고 자지러질 계획이었는지 권 모 씨는 의외로 차분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자리를 비운 사람과 같은 방을 사용하던 수감자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본인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진짜 몰라요! 저도 일어나서 알았어요! 어쩐지 밤에 한 번도 안 깨고 잘 자더라니.”

 수감번호 2678이 상쾌한 기상을 근거 삼아 말했고,


 “그러니까요! 저도 아침에 눈 떴을 때 신기할 정도로 개운했어요. 이게 다 그 영감님이 없어서 그랬었나 봐요.”

 수감번호 4812가 산뜻한 기분을 증거로 내세워 의견을 덧댐과 동시에,


 “평소에 그 영감님이 코를 엄청 골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꼭 한 번씩 깼어요.”

 역시나 숙면을 취한 사람처럼 개운한 얼굴을 한 수감번호 7834가 다른 수감자들의 발언을 개인적인 경험에 덧대어 정리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교도관 권 모 씨의 등판은 땀으로 젖었고, 현실을 직시할 차례였다.


 제아무리 요새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지만, 교도소 내에서의 인구 감소 사태는 재앙에 가까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수감자가 제자리에 없다는 것은 딱풀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중범죄에 속하는 일이었다.


 권 모 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리춤에 찬 무전기를 쥐고 중얼거렸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수감자가 사라졌습니다. 탈옥이 의심됩니다.”  

   




 #이수광 - 아침식사 메뉴 선정 중

 본인이 교도소 내 화제의 인물로 등극된 줄은 꿈에도 모를 이수광은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다.


 다름 아닌 아침식사 메뉴 선정 때문이다.


 “음…….”


 실로 오랜만에 사회에 발을 들인 만큼 먹고 싶은 음식은 수천 가지였지만, 엄연히 탈옥 중이기 때문에 이수광은 경각심을 가지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여유로운 아침식사라는 호사를 포기한다.


 “바쁠 때는 역시 햄버거가 최고지.”


 그는 눈앞에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제대로 된 기름 냄새에 군침이 돈다.

 이윽고 이수광은 고개를 갸우뚱 젓는다.


 기억 속에 있던 햄버거 가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냄새만큼은 10년 전 그대로건만, 처음 보는 물건이 가게 한복판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낯을 가리는 경향이 있는 이수광은 뭐니 뭐니 해도 익숙한 종업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시오 처자, 그나저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실내에만 있어서 어째? 가끔은 밖에 나가서 햇빛도 쐬고 그래야지.”


 다소 거창한 아침인사를 받은 종업원 김민선 양은 죄수복 차림의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네, 안녕하세요. 따로 필요한 거라도 있으실까요?”


 가게 안에 있는 몇몇 손님의 시선이 이수광에게 꽂힌다.

 발 빠르게 할로윈 데이를 즐기는 것처럼 69세 노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당연히 햄버거가 필요하다네. 기왕이면 아주 맛있는 걸로. 내가 지금 무척이나 시장해서 말이야.”


 이수광이 뒷짐을 진 채로 고개를 들어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살핀다.


 메뉴 이름과 함께 큼직한 음식사진이 붙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네. 손님,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의 말에 이수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키오스크? 그건 어디로 가야 되는데?”


 “저기요.”


 김민선 양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가게 입구 방향을 가리킨다.


 종업원의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웬걸, 가게에 들어왔을 때 위화감을 조성하던 처음 보는 바로 그 커다란 물건 아닌가?

 저게 도대체 뭐람?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살아갈 의무가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수광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까짓 거 적응해 보기로 한다.


 짧은 한숨을 내쉰 이수광이 커다란 핸드폰 앞에 선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큼직한 화면은 그저 쨍한 불빛으로 햄버거 사진만 휙휙 넘겨가며 보여주고 있다.


 이수광은 키오스크의 연이은 홀대에 카운터에 서있는 김민선 양을 향해 소리친다.


 “처자! 얘는 주문 도와주기 싫다는데?”


 이수광의 크고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에 몇몇 손님들이 저작 운동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건너다본다.


 나이 지긋한 손님이 신문물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재작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까지 제멋대로 떠오른 김민선 양이 카운터를 빙 돌아 나온다.


 직접 시범을 보여준다.


 “이렇게 화면 터치하시고 드시고 싶은 메뉴 선택하시면 돼요. 계산은 여기 카드로 직접 하시면 되고요.”


 “이게 뭐야? 얘가 다하네? 주문도 얘가 받고, 계산도 얘가 하고…….”


 이수광은 순수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처자가 하는 일은 도대체 뭐야?”


 손님의 갑작스럽고 예민한 질문에 종업원이 당황한다.


 손님을 가장해 방문한 본사 시찰 직원인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게다가 본사 직원이 죄수복을 차려입고 올 가능성은 없을 텐데.


 아무리 오늘이 할로윈 데이라지만…….


 유럽여행 경비를 다 모을 때까지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싶었던 김민선 양은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와 표정을 짜내 응대한다.


 “어르신처럼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손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햄버거도 얘가 만들어?”


 이수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종업원을 향해 묻는다. 


 세상에,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햄버거 맛만큼은 안 변했으면.   

  




 #홍준영 - 길 찾는 중

 반면, 누구와는 다르게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밤을 보내고 근처 식당에서 무사히 아침식사까지 마친 홍준영은 아까부터 핸드폰을 조작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손가락이 어쩜 이리도 뻣뻣한지 수감되기 전에는 어떻게 핸드폰을 썼던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핸드폰 화면을 확대하기 위해 두 손가락을 대고 벌리는 동작을 시도하다가 벌써 두 번이나 핸드폰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9시간 전에 출소했고, 2년 6개월 만에 핸드폰을 손에 쥐어본 사람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도대체 어디야?”


 홍준영은 지금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수광 - 계획 수립 중

 햄버거 속 내용물을 전혀 흘리지 않고 말끔히 먹어치웠다는 것에서 이수광은 다소 생뚱맞은 희열을 느낀다.


 그가 사용하던 테이블은 다음 손님이 바로 사용해도 될 만큼 깨끗하다.


 친절한 종업원 덕택에 무사히 식사를 마친 이수광은 남은 콜라를 쪽쪽 빨아먹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본다. 


 “으음……. 어쩐담?”


 언제나 그렇듯 계획은 잘 세워지지 않는다.


 어떤 건 끝이 너무 날카롭고, 또 다른 어떤 것은 너무 둥글다.


 결국 그는 다시 종업원 김민선 양을 찾아간다.


 “저기 처자, 내가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야.”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장 최근에는 점장에게까지 매사 친절해야 한다는 철저한 예절 교육을 받은 김민선 양은 그들의 가르침대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네, 말씀하세요.”


 “아, 그게 말이야……. 뭐야, 그, 있잖아. 저기…….”


 고민을 채 끝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수광이 고민을 마저 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까지는 아니더라도 둘 정도는 아는 김민선 양은 사람을 앞에 세워둔 채 고민을 이어가는 이수광의 손에 들린 컵을 힐끗 본다.


 보아하니 안이 텅 빈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어리짐작 해본다.


 “콜라 리필 해드릴까요?”


 “오호, 그런 것도 해줘?”


 종업원의 말을 들은 이수광이 화들짝 놀란다.

 이 맛난 음료를 한 컵 더 마실 수 있다니?


 “……예.”


 김민선 양은 할 말 안 할 말을 잘 가려서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망각한 자신을 탓한다.


 “……해드릴까요?”


 거절하길 바라며 종업원이 묻는다.


 “오오, 좋지.”


 그때 이수광의 고민이 끝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종이랑 펜도 빌려주지, 처자?”     





 #교도소장 - 상황 보고 받는 중

 수감자 중 한 명이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사실을 직원에게 전해 들은 서울북부교도소 교도소장은 올 것이 왔다고 중얼거린다.


 연초에 점을 보고 온 아내가 올해가 가기 전에 큰일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부적 좀 잘 챙길 걸…….’


 뒤늦은 후회를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도소장이 상황을 보고하러 온 보안과장에게 묻는다.


 “그래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예, 어디에도 없습니다.”


 네 시간가량 직원들과 교도소 곳곳을 뒤진 보안과장이 땀에 젖은 얼굴로 대답한다.


 교도소장의 망연자실한 얼굴이 상태의 심각성을 대신 전해준다.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보안과장은 생각한다.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쪼개고 있던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교도소장은 몇 년 전 종영한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예능프로그램 재방송을 근무시간에 시청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랄 게 없는 사람이다.


 본 걸 또 보고, 다시 보고 반복해서 보는 게 혹,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다.


 훔칠 수 있는 건 당연하고, 훔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까지 모조리 훔친 전력이 있는 수감자의 탈옥.


 그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아챈 부하 직원들.


 그건 업무 태만을 뜻하고,

 또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의 경우 전례가 없는 중징계가 우선 예약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뜻이고,

 한겨울을 앞둔 시점에 옷을 벗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건 곧 연금이 날아간다는 뜻이고,

 그건 인생의 난이도가 ‘보통’에서 ‘아주 어려움’으로 격상한다는 뜻이다.


 교도소장은 이러한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어김없이 떠오르곤 했던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는다.


 “……X됐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보안과장은 마른세수를 하며 착잡한 목소리로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한숨을 푹 내쉰다.


 두 교정직 공무원의 연금 수령의 꿈이 급속도로 불안정해져간다. 


    



 #홍준영 - 목적지 도착

 홍준영은 골목을 한참 헤맨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억에만 의존해 길을 찾다 보니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생각보다 큰데?”


 대문을 올려다본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겨있는 초록색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원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낙후된 건물을 예상했던 홍준영은 의외라는 듯 흥미로운 얼굴로 집을 살핀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단독주택이기는 하지만 제법 널찍한 크기다.


 건물 외벽이 전부 빨간색과 갈색이 감도는 벽돌로 되어있고 그리 지저분해보이지도 않는다.


 곳곳이 파인 마당은 대형 SUV 두세 대는 너끈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물론, 대대적인 잡초 제거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관문 앞에는 한 달이면 몸을 바꾸고 두 달이면 애인을, 세 달이면 인생을 바꿔준다는 과장된 문구로 장식한 헬스장 광고지가 대거 떨어져있다.


 몸은 이만하면 됐고, 바꿀 애인도 없고, 예상치 못한 수감생활로 잠깐 삐끗했지만 인생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기에 딱히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홍준영은 디지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연다.


 그러자 문틈에 끼워진 명함이 우수수 떨어진다.


 유리한―대부업체에게만― 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것과 중고차를 누구보다 비싸게 매입한다는 모 대리점 신 차장의 명함이 끼어있다.


 팔 자동차도 없고 돈은 기왕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곳은 없었기 때문에 홍준영은 발로 광고지들을 대충 한곳에 몰아놓고 집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그의 스승님이 은신처로 사용하던 곳이고, 지금은 홍준영이 잠시 머물기로 한 곳이기도 하다.





 #이수광 - 편지 작성 중

 본인의 탈옥 때문에 속이 뒤집어져도 서너 번은 족히 뒤집어졌을 교도소 직원들을 위해 위로의 편지나 쓰자 마음먹은 이수광이 종이와 펜을 챙겨든다.


 콜라를 리필받는 김에 김민선 양에게 빌린 것이다.


 “음음음…….”


 리필한 콜라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이수광의 손에 들린 펜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어떤 주제로든 골똘히 생각을 이어가는 행위 자체를 즐겨하는 편이다.


 “음, 좋아.”


 생각 정리를 마친 그가 드디어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고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음…….”


 한 문장 전하자고 편지를 부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다.


 결국 이수광은 우표 절약 차원에서 편지는 보내지 않기로 한다.

 그는 도둑질과 달리 작문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다.


 “아무렴, 사과는 직접 말로 하는 게 좋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민선 양에게 종이와 펜을 돌려준다.


 “펜이랑 종이 잘 썼어, 처자.”


 “할아버지, 종이는 가져가셔야죠.”


 손녀뻘이나 다름없는 어여쁜 처자한테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들으니 퍽 기분이 좋아진 이수광은 환하게 웃으며 종이는 선물이라며 선뜻 건네준다.

 자기가 쓴 편지란다.


 “편지요? 저한테요?”


 “잘 먹고 갑니다.”


 하룻밤 신세를 진 식객처럼 이수광이 유유히 가게를 나선다.


 편지 내용을 확인한 김민선 양은 울컥하며 눈앞의 늙은 손님에게 호감을 느낀다.


 왜인지 감사한 마음은 말로 전할 때보다 글로 전할 때 더 크게 와닿는다.


 “안녕히 가세요!”


 졸지에 햄버거 가게 점원의 마음까지 훔쳐버린 털이범 이수광은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며 실시간으로 교도소에서 멀리 떨어진다.


 교도소가 있는 북서쪽 방향으로는 가급적 시선도 주지 않으려 애쓴다.


 교도소에 돌아가지 않고 교도관들에게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이어가본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들이 차분하게 말을 들어줄 때 얘기지만.

이전 06화 6. 아들아 네가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웠으면 좋겠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