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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May 07. 2022

나를 해방시키고 방임하고 싶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 그게 바로 여행이 주는, 아니 여행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달콤한 선물이다. 막상 여행지에 가면 고생도 해야 하고 뜻하지 않은 일로 힘들기도 하지만 떠나기 전 설렘은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항상 여행은 그 전주곡이 달콤하다. 때로는 본곡보다 더 농밀하다. 어떤 변주곡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낯섦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 낯섦을 즐기고자 하는 기꺼움이다. 그게 바로 ‘묶임’을 풀고 ‘벗어남’을 즐기는 핵심이다.
인문학자 김경집, <생각을 걷다> 중에서

무언가에 묶여 있다는 것에 익숙하면 벗어남이 불편하고 두렵다. 기댈만하고 믿을만한 어떤 힘에 보호를 받는 것이, 비록 노예근성이라는 불편한 소리를 들을지라도, 마음은 편하고 신변은 안전할 수 있다. 때때 달콤한 선물까지준다면 굳이 벗어날 필요성을 찾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벗어남을 꿈꾸고 시도하려는 본성도 있다. 보호가 아니라 발목이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묶임 속에서는 은근히 기대할 수 있는 변주곡은커녕 낯섦을 즐기며 영혼까지 느끼는 달콤함을 맛볼 수 없다. 결국 거세되거나 퇴화되었을 것 같던 본능적 욕망이 묶임의 사슬을 끊고 벗어나 낯섦으로 여행을 떠난다.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의 노예가 되었던 나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여행이다. 그러나 설렘만큼 불안도 있고 즐거움만큼 고통도 따른다. 어쩌면 불안과 고통이 있기에 여행이 성숙한 사람을 만들지도 모른다. 설렘과 즐거움만으로 채워진 여행을 기대한다면 그 여행은 실망의 연속일 것이다.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면 주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고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여행은 떠남이지만 낯섦을 통하면서 새로운 내가 되어 돌아옴이다.


일상이 묶어 놓은 역마살을 이제 슬슬 풀어봐야겠다. 집 떠나 고생길을 사서 한다는 말도 들려오지만 나를 해방시키고 잠시라도 방임하고 싶다. 미리 정해놓은 목적과 임무를 갖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연필 하나 들고 낯선 곳에 가서 낯설게 다가오는 생경함으로 변주곡을 만들고 싶다. 가슴을 열고 설렘의 두근거림을 바람과 들꽃과 나누며 친구도 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여행보다 보이는 만큼 느끼는 여행을 하고 싶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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