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모순

양귀자 | 쓰다

by 자룡파파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다.


최근 내 생각과 행동이 자꾸 서로 엇갈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와 대화하다가도 “나 되게 모순된 사람 같아”라는 말을 종종 했는데, 서점에서 모순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딱 들어왔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지금 내가 찾고 있는 답이 이 책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알았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였고, 누군가에게는 인생 책으로 불리는 작품이었다. 나는 요즘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다 보니 이런 소설을 제대로 몰랐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좋았다. 의도한 독서가 아니라, 제목 하나에 이끌려 시작한 만남이었으니까. 이런 우연은 가끔 나를 더 정확한 자리로 데려다준다.


내가 느낀 ‘모순’은 아마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동시에 강한 탓일 것이다. 어릴 적엔 만화 주인공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멋지고 워너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하나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꽤나 애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상적인 편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내 안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힘이 늘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30대 절반을 넘어가면서는 어렴풋이 알게 됐다. 인생은 원래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 모순을 없애는 게 아니라 안고 살아가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걸. 그래서 예전처럼 슬프거나 아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이 모순이 정확히 어떤 감각인지”는 더 알고 싶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 수 있을까. 결국 내가 나를 탐구해야 했다. 그런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난 건, 어쩌면 운이 좋았던 일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으로 여러 사람들의 삶을 지나가며, 각자의 모순을 드러낸다. 그리고 읽는 내내 인생은 결국 탐구해봐야 알 수 있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겸손해질 수 있고, 편견과 선입견을 덜어낼수록 더 정확해진다. 어쩌면 그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낭만을 지향하는 내게는 안진진의 마지막 선택이 어딘가 아쉬웠다. ‘어차피 인생이 탐구라면, 사랑이라는 낭만도 끝까지 믿어보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를 20대 초반 대학 시절에 만났고, 연애 7주년에 결혼했다.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종종 노가다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씩 과정을 겪고, 함께 버티고, 같이 만들어오다 보니 지금은 우리 명의로된 차도 있고 집도 있다.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우리가 해냈다. 이제는 오히려 부모님들께 물질적으로도 기쁨을 드리는 쪽이 됐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만난 지 1년도 안 돼서 결혼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남자라서 조심스러웠는데, 오히려 아내는 내가 조심스러워하는 걸 서운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우리는, ‘현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를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둘다 어린 나이였는데 우리에겐 분명 사랑이라는 낭만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자랑을 해버렸다. 뭐 일기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모순에서 시작해서 낭만으로 끝났지만, 책을 통해 나와 내 인생에 대한 탐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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