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영재 Mar 15. 2021

#8 "괜찮으시면 저랑 함께 여행하실래요?"

Peru, Machu Picchu

마추픽추,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다.


사람들이 쿠스코에 아니, 페루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들린다.

우리 또한 그랬고 오늘 드디어 마추픽추로 출발한다.

69호수에 오르면서 재하와 나는 몸소 느꼈었다.

남미에서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기 위해서는 고생... 개고생을 해야 마주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었었고 마추픽추에 가는 길도 역시나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하고 가는 길이 꽤 멀다 보니 몸으로 때워서 저렴하게 가는 법,

돈을 써서 편히 가는 법이 나뉘다 보니 마추픽추에 가는 법은 꽤나 다양하다.


다양한 방법 중 우리는 당연!!! 몸으로 때우고 저렴하게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니... 선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투어사를 통하지 않고 쿠스코를 돌아다니며 표를 직접 다 구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기차역인 오얀따이땀보로,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인 아구아 칼리인테스로,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까지...

마을 이름부터 복잡하게 생겨서 더 복잡한 느낌이 드는 건 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모든 걸 예약했지만 우리에게는 하나의 결점이 있었다.

마추픽추에서 돌아오는 티켓이 없다는 것...    

주로 여행자들은 투어사를 통해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여행을 한다.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우리는 그런 호화로운 투어가 쉽지 않아 직접 가서 흥정을 하기로 했다.


이런 복잡한 계획을 머릿속에 가득 담은 채,

어제 구매한 엉망진창의 바지와 망토를 걸치고 택시로 몸을 옮겼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남미 패션에 적응이 된 듯했다.

부끄러움을 망각했을 수도 있고...)

망토 걸치고 진정한 여행자가 되어버린 우리

유독 수줍음이 많으신 택시기사님과 함께 오얀따이땀보까지 수줍은 대화가 오갔다.

그러다 우리가 돌아오는 방법을 아직 구하지 못했고 가서 구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기사님께서 수줍게 말씀하셨다.

괜찮으시면 저랑 함께 여행하실래요?

잠깐의 수줍은 대화였지만 우리도 모르게 기사님한테 신뢰가 생겼고

그 조금의 오가는 대화에 어떤 힘이 더해졌는지...

아니면 잠깐 동안 쿠스코에 취해있었는지...

기사님과 함께 돌아오면서 여행을 함께 한다면 즐거울 거라는 이유 없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우리는 돌아오는 날 마추픽추 근처 기차역에서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기사님 덕분에 우리의 작은 퍼즐이 마지막으로 맞춰졌고 기차로 몸을 옮겼다.

재하의 정보력으로 독립기념일 할인을 받아 반값에 탄 페루레일은 우리에게 과분할 정도로 상당히 아주 상당히 고급졌다.

꽤나 넓은 좌석에 양쪽 창문뿐만 아니라 천장까지 창문이 있어

페루의 따스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웰컴 샴페인까지...

샴페인이라니... 굉장히 럭셔리다...

쿠스케냐 맥주가 아닌 러억셔리한 웰컴 샴페인과

창 밖으로 보이는 페루의 자연을 안주 삼아 홀짝홀짝 마셨다.

꼬질한 배낭여행자라서 럭셔리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 잠깐 동안 럭셔리한 시간을 기차에서 보냈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남미에 와서 가장 호화로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럭셔리 페루레일


그렇게 러억~~셔리한 2시간을 보내고 마추픽추를 보러 가기 전 들리는

작은 마을인 아구아 칼리인테스에 도착했다.

자세히 조사해 보지도 않았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마을인 아구아 칼리인테스...

사람들이 도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도시라는 단어보다는 마을이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곳인 거 같다.

도시와 마을... 왠지 모르게 그곳은 마을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 곳이다.

기차에 내려 처음 마주한 마을의 모습이 내게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멀리서 마추픽추가 우뚝 솟아올라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고

밑에 하나의 기찻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이어진 많은 레스토랑과 기찻길 펍들까지...

해가 지고 따스한 달빛과 식당들의 불빛으로 덮인 마을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추픽추에 오르고 싶은 마음과 따스한 불빛들로 가득 메워진 오늘 밤이 기다려진다.

작가의 이전글 #7 "호우" "와" "끼야호" "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